서울대 밀키트
서울대 밀키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9.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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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
이재경 국장

학식(學食)의 배신. 지난주 대학가의 화제는 올해 들어 일제히 오른 학생 식당의 음식 가격이었다.

학교에서 사먹는 학식이 최근 식자재의 급등 여파로 일제히 가격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내 학생식당은 지난 19일 주 메뉴인 점심 급식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린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갑자기 식대를 한꺼번에 20%나 올린 것이다.

학생들은 일제히 실망감을 내비쳤다. 식자재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린 것을 이해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여론이 다수였다.

서울대학교도 학생 식당의 식대를 20~25% 인상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기존 3000~6000원이던 식대를 4000~7000원으로 올렸다. 학교 측은 제조 원가가 판매 가격보다 높아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 부득이한 인상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대학 구내 식당들의 식대 인상은 음식재료 급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배추, 무, 양파 등 식자재들은 물론 식용유, 우유 등까지 최고 3배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대학 식당들 역시 시중 식당들처럼 인상 대열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학식 가격의 인상은 새로운 진풍경도 만들어 냈다.

서울대 학생식당에 지난주부터 밀키트(Meal kit·손질된 식재료 및 양념을 포함시켜 구입후 즉석에서 조리가 가능한 간편식 세트)가 등장한 것이다.

서울대 생협은 학생식당에 판매용 대형 냉장고를 비치하고 3대의 냉장고에 라면류(1000원), 파스타(2500원), 2인용 떡볶이(4500원), 소불고기 전골(6500원), 샐러드(6500원), 피자(6600원·7700원) 등 메뉴를 선보였다.

전골류와 샐러드는 할인가 4600원에 판매한다. 키오스크(무인기기) 결제로 24시간 운영되며 즉석에서 요리할 수 있게 조리기구도 구비했다. 식사 공간엔 4인용 식탁 12개, 2인용 식탁 7개를 비치했다.

학생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저렴한 밀키트 가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끼를 1000원에 때울 수 있는 라면 밀키트와 2500원인 파스타 밀키트의 판매를 반겼다.

밀키트는 보통 시중에서는 1인분에 5000~1만원 사이에 판매되는 비교적 비싼 간편식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학생 1명이 1000~2500원 사이의 가격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쨌거나 학생들은 식비 인상으로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공부를 하면서 알바로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식비 인상에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식비 지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학생 중 절반 가까운 47%가 식비 지출을 고충 1순위로 꼽았다. 이어 학비(27.1%)와 주거비(14.2%)가 뒤를 이었다.

전국대학생네트워크는 학교 학생식당의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해 “대학과 정부는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대학가에도 덮친 경제난과 고물가 현상.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위한 특단의 배려 정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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