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레모네이드
손흥민의 레모네이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9.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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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득점왕의 귀환. 지난 주말, 단연 화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골 소식이었다.

손흥민은 일요일 새벽(한국 시각)에 열린 토트넘과 레스터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리그 6경기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손흥민은 이날 무려 후반 교체 선수로 출전해 단 13분 만에 3골을 몰아넣으며 오랜만에 부진을 털어내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시작 휘슬을 벤치에서 들어야 했다. 지난해 리그 득점왕임에도 불구, 8경기에서 선발 출장했으나 골을 넣지 못하자 콘테 감독이 선발 출전 명단에서 뺀 것이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 이른 시점에 레스터시티에 끌려갔다. 전반전을 2대 2로 간신히 비긴 채 후반전을 맞은 토트넘은 에릭 다이어의 역전 골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상황에서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이번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들어간지 14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이 4대 2로 앞서가는 승부추를 기울게 하는 값진 골이었다.

이때부터 원맨쇼가 시작됐다. 10분 후인 후반 38분에 두 번째 골, 40분에 세 번 째 골을 작렬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날 손흥민이 넣은 세 골은 모두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퀄러티가 높았다. 첫 골은 막아선 수비수 둘을 앞에 놓고 절묘한 볼 컨트롤로 슈팅 공간을 만든 뒤 오른쪽 골대 구석으로 차 넣었다. 골키퍼가 예상하고 궤적을 따라갔으나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두 번 째 골은 그의 전매특허 같은 왼발 감아차기로 만들었다. 해리 케인으로부터 페널티 구역 밖 오른쪽에서 공을 건네받은 손흥민은 왼발로 정확하게 골키퍼 왼쪽 구석 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세번 째 골은 특유의 수비 뒷공간을 뚫은 침투와 간결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의 새 역사를 썼다. 구단에 따르면 토트넘에서 교체 선수가 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은 구단 140년 역사상 손흥민이 처음이다. 또 리그 역사상 교체 선수로 해트트릭을 완성한 일곱 번째 선수로 남게 됐다.

콘테 감독 역시 자신이 경기 중간에 교체 출전시킨 선수가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손흥민은 또 한국 출신 선수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해트트릭을 3시즌 연속 달성한 기록을 갖게 됐다. 손흥민은 2020년 사우샘프턴전에서 4골, 지난해 아스톤빌라 전에서도 3골을 넣어 이번까지 세 번 째 해트트릭을 했다.

이날 경기 후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다. EPL 공식 홈페이지가 경기 후 진행한 팬 투표에서 손흥민은 출전 선수 가운데 75.8%의 지지를 얻어 MOM이 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자신의 SNS 계정에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삶이 네게 레몬을 주면 해트트릭을 하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score a hat-trick!) '.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로 만들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는 서양 격언을 인용한 것으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라는 의미다.

절치부심, 끝없는 자기 단련으로 8경기 만에 스스로 득점왕의 위용을 다시 보여준 불굴의 투혼. 이번 주 내내 국민에게 힘이 돼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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