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걱정
쓸모 있는 걱정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 승인 2022.09.1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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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장

 

요즘은 영화와 시리즈 드라마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 좋다.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연휴 동안 시골에 들어가 지내며 웹에서만 개봉한 애니메이션의 고전인 `피노키오'를 보았다.

실사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를 보며 오랜 세월 우리의 곁을 지켜준 이야기에 다시 감동했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보니, 내가 소유했거나 가지고 있는 인형들이 떠올랐다. 누구나 자라면서 인형 하나쯤은 좋아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옆구리에 끼고 다니기도 하고, 잠자리에 품고 자던 곰 인형.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기면 내팽개쳤다가도 다시 끌어안곤 했던 애착 인형처럼,

토니 웅거러의 그림책 `곰 인형 오토'는 제목 그대로 곰 인형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곰 인형은 인기 있는 인형 종류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곰 인형 오토'의 표지에 등장하는 인형은 잉크에 얼룩지고 낡아서 헤진 상태다. 우리가 상상하는 귀엽고 예쁜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인형이 있는 장소가 배경이 되고, 인형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누군가의 사랑스런 인형으로 시작된 오토의 여정이 그림책의 줄거리가 된다. 곰 인형은 작은 공장에서 태어나 다비드의 생일 선물이 되었고 오토라는 이름을 받았다. 다비드는 친구 오스카와 함께 오토와 언제나 함께였다. 하지만 `유대의 별'을 다비드가 달게 되면서 오토는 다비드와 헤어지게 된다. 오토는 오스카와 남았지만, 피난길에서 길을 잃는다. 총알받이가 되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오토는 훈장을 받는다. 군대의 마스코트가 된 오토는 또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흥미진진한 전개는 계속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묵직하게 와 닿는 작가의 생각을 유추하게 된다. 토미 웅거러는 어린 나이에 2차 세계대전의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나치의 지배에 숨어 지내고 주거지를 옮겨 살아야 했던 그의 아픔과 상처를 작품에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9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반전(反戰), 차별, 선과 악, 두려움 등 그림책에서 다루기 힘든 무거운 주제를 그리고 썼다. 그만의 풍자와 유머를 담아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표출했기에 `어둠에 유머를 더한 작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곰 인형 오토'와 더불어 또 다른 그의 작품들은 그림책 역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곰 인형 오토'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초등교과서로 사용하면서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다비드와 오스카는 오토를 다시 만나지만 이미 그들은 노인이 되었고 가족은 이미 없다. 하지만 그들은 오토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한다. 세월을 견뎌낸 오토와 두 노인은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간다.

올 초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이제는 뜨문뜨문하다. 세계대전 이후 세계평화 기구들이 만들어졌고, 작은 뉴스도 전 세계로 신속하게 알려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유모차를 타고 피난길에 오르고 집이 없어지고 부모와 자녀를 잃는 것을 막지 못한다. 국가 간의 너무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 많은 희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는 지금, 우주 전쟁, 미·중 무역 전쟁, 종교 분쟁, 영토 전쟁 등의 상황이다. 미래가 지금과 다르지 않다면 다비드와 오스카는 더 이상 없고 오토만 남아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많은 이들이 쓸모 있는 걱정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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