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간 쉬지 않은 곡식 찧는 기계
반백년간 쉬지 않은 곡식 찧는 기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9.01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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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보은 창신정미소
추석이면 밤낮 `자그락자그락'
외관 낡았어도 소리는 그대로

 

추석이 가까워지면 밤낮으로 기계가 돌아가던 정미소가 있었습니다.

어둑한 마을마다 불빛이 가득 쏟아지던 그곳은 영락없이 방앗간이었죠.

현대화되면서 보기 어려운 곳이 되었는데 보은에서 오랜 시간의 옷을 입은 정미소를 만났습니다.

무너질 것만 같은 흙벽은 나무의 휘어짐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곡선의 뼈대를 드러냅니다.

네모난 벽의 칸들이 힘겹게 버티는 정미소 모습은 낡고 허름합니다.

번성기에 지어졌을 흙벽에는 셔터문이 달리고, 파란 양철지붕이 올라앉고, 출입구에는 작은 양철지붕까지 생겼습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 견딘 모습에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마주 봅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것을 아들이 물려받은 창신정미소는 50여 년 세월만큼 연륜도 느껴집니다.

간판 이름도 떨어져 나가고 문도 굳게 닫혀 있지만, 주말이면 곡식을 찧는 기계 소리도 들을 수 있답니다.

기억의 공간처럼 우리의 마음속 추억도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내는 거 아닐까요?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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