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말 그릇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9.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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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간다는데, 사람에 따라 `큰 말 그릇'과 `작은 말 그릇'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마음 연구소 김윤나 소장은 말한다.

말 그릇이 큰 사람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나 사건 앞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말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기에 상대방이 날카로운 말로 마음을 쑤셔대도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말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대개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쏟아낸다. 조급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질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만 말 그릇을 꽉 채운다.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고, 과장된 말을 사용하며 평가와 비난에 익숙하고,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둔다. 사람을 위해 말하기보다 말을 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으니 말에 힘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힘이 생길 때까지 생떼를 쓰기도 하며 말이 격해지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큰 말그릇의 소유자가 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교정 반사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 직급이 높은 사람들의 말 그릇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 있다. 상대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거나 혹 상담을 요청하면 그것을 고쳐 주려고 반사적으로 노력하는 교정 반사(Correction Response)가 그것이다. 교정 반사는 무릎 가운데를 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가 튕겨 올라가는 조건반사처럼 본능에 가깝다.

교정 반사에 익숙한 사람은 상대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쳐 주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려고 말을 휘두른다. 하지만 이미 경험했듯이 교정 반사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상대방은 변화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고 할수록 그것에 더욱 저항하는 것 또한 본능이다.

교정 반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분명 상대방을 돕고 싶어 하는 선의가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그 의도대로 상대방이 변화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한다.



# 씨름 vs 왈츠

김유나 소장은 저서 `말 그릇(2022)'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맺음을`씨름 방식'과`왈츠 방식'으로 구분한다. 씨름은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반면 왈츠는 경쟁하거나 버티지 않고 함께 간다. 파트너가 앞으로 나오면 상대는 뒤로 물러서 균형을 맞추고 상대가 화려한 동작을 구사하면 나머지 한 명은 상대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준다.

대화를 통한 관계 맺음에 있어 씨름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은 말을 무기로 휘둘러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 반면 왈츠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에게 말은 방향을 가리키는 도구다. 상대방과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갈 때 필요한 도구로 말을 사용한다.

눈 위에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일단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야 차가 전복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도 비슷하다. 비록 상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것 같더라도 미끄러지는 그 방향으로 함께해야 한다. 상대의 방향을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또는 옳은 말로 억지로 방향을 바꾸게 하려고 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말에 욕심을 내게 된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들도 넘치는 말을 조절하지 못해 그 진가가 묻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분명 내 것인데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 생각, 습관은 말로 살아 움직여 갈등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의 `말 그릇'을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멈추고 돌아보고, 다시 시작함으로 나의 `말 그릇'을 조금씩 더 크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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