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2.08.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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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지금 이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원불교의 교조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이 병이 들듯이 사회도 병이 들며, 병이 들었으나 병이 든 줄을 모르면 그 사회는 파멸이 될 것이라 말씀하였다. 또, 한 사회가 병들어가는 증거를 대강 말하자면 각자가 서로 자기 잘못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 하는 것만 많이 드러내는 것이라 하였다. 이외에도 병든 사회의 모습은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는 것이며, 정당한 지도를 잘 받지 아니하는 것이며,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할 줄 모르는 것이며, 공익심이 없는 사회라고 하였다.

법문을 읽고 곰곰이 생각하니 필자가 체감하고 있는 병든 사회는 염치가 실종된 사회이다. 염치의 사전적 뜻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필자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염치의 뜻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지금의 사회를 보라. 견고하기만 할 것 같았던 선과 악의 개념은 희미해져 버리고 모든 것이 오직 돈이라는 절대적인 잣대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 기준이 돈이 되어 버린 것이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양심과 정의를 버리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경종을 울려야만 하는 법의 잣대 역시 무참히 흔들리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구시대의 케케묵은 망령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요즘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사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과 예수님이 와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염치를 모르는 사회는 결국 파멸이다. 필자가 바라보는 이 사회는 이미 중증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말씀하신 병든 사회의 치료법은`밖으로 향해 있는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잘못을 바라보고 고치며, 정의와 불의를 구분할 줄 알며, 이기적 심성을 이타적 심성으로 돌리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렇게 된다면 병이 완쾌되는 동시에 건전하고 평화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얼마 전 뉴스에서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건이 모두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용을 보니 공소시효가 지나고, 선명한 동영상의 얼굴을 특정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뉴스를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제발 부끄러움을 알자. 부끄러워야 희망이 있다. 부끄러움을 아는 위정자를 뽑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표를 찍은 국민은 부끄러운데 위정자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이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이제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위정자를 보고 싶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을 읽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만일 세상을 개선하기로 하면 먼저 자기의 마음을 개선하여야 할 것이요, 마음을 개선하기로 하면 먼저 그 개선하는 법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법이 있고 또는 그대들이 이 공부하는 이치를 알았으니 더욱 정성을 다하여 반드시 실천으로 나타나게 하라. 각 종교가 개선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개선될 것이요, 사람들의 마음이 개선되면 나라와 세계의 정치도 또한 개선되리니 종교와 정치가 비록 분야(分野)는 다르나 그 이면에는 서로 떠나지 못할 연관이 있어서 한 가지 세상의 선 불선(善不善)을 좌우하게 되나니라.”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나부터 잘할 일이다. 내 마음부터 개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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