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를 밝혀라
위조지폐를 밝혀라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2.08.17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은 짧지만 읽은 이의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영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편안해지기도 한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저 풀꽃이라는 시를 새끼줄 꼬듯 꼬아보고 싶다. 왜냐하면 전혀 다른 방면의 관점도 제공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만원짜리 지폐!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컬러복사기로 쉽게 복사해서 가위로 쓱싹쓱싹 자르면 그대로 만 원짜리 지폐로 만들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조폐공사는 이러한 위조지폐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지폐 속에는 다양한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는데 지난 과학 칼럼에서 다루었던 만 원짜리 지폐를 중심으로 위조지폐 방지에 대해 다루어보자.

다양한 기술이 숨어 있는데 그중에 몇 가지 독특한 것만 보면 먼저 세종대왕의 옷깃에는 한글 자모 28자가 새겨져 있다. 맨눈으로 문자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아마도 대부분은 돋보기와 같은 볼록렌즈를 사용해야 문자를 잘 볼 수 있다. (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맨눈으로 볼 때는 토성까지만 관찰할 수 있다가 갈릴레오 망원경과 같은 도구의 발명이 이뤄진 후에 천왕성과 해왕성을 볼 수 있게 된 과학사의 특징을 슬쩍 보여준다) 그런데 이 정도면 성능 좋은 컬러복사기는 충분히 잘 복사하기 때문에 위조지폐조차도 감쪽같이 그대로 따라 할 것 같은데. 으음.

만원짜리 지폐 앞면 왼쪽의 그림 없는 부분을 빛에 비추어 보면 숨겨져 있는 세종대왕 초상이 보이고 왼쪽에서는 액면 숫자`10000'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홀로그램이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과 액면 숙자 10000, 4괘가 번갈아 나타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과학적 기술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컬러복사기를 사용해 복사하려고 해도 홀로그램이나 입체적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또한 도톰하게 입체적인 감각이 주어지게 만들어지는 만원짜리 지폐의 감각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 원짜리 지폐 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과학적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위조방치 장치까지 추가로 들어가 있는데, 형광잉크와 형광색사가 적용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곳에서 만원짜리의 앞면을 자외선램프로 비추어 보면 일월오봉도와 용비어천가가 녹색으로 나타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만원짜리 지폐 전체에 얇은 색의 녹색, 청색, 붉은색의 털 같은 실이 불규칙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도저히 위조지폐가 따라올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과학 발달이 우리 실생활의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녹아있지만 사용하는 우리는 정작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고갱이가 보인다. 오래 보아야 꿈틀거림을 알아챈다. 과학도 그렇다. 그러다 보면 충북 어딘가에서 노벨과학상 후보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