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비처럼
물처럼 비처럼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8.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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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물처럼 살고자 했습니다. 작지만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 같은 사람이고자 했고,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주고 아낙네들 빨래터가 되어주는 시냇물 같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망망대해를 향해 유유히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고 싶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깊고 넓은 바닷물 같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때론 지친 사람들을 위무하는 맑고 푸른 호수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꿈이었고 소망이었지만 물은 제 삶의 지향이었고 원천이었습니다. 예까지 무탈하게 살아온 것도 그런 희원 덕분이었습니다.

물 하면 떠오르는 성현이 있습니다. 수유칠덕(水有七德)을 노래한 노자입니다. 노자는 물이 가지고 있는 일곱 가지 덕성을 예찬하며 후학들에게 애써 그리 살기를 권면했습니다.

첫째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겸손(謙遜)해라.

둘째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물처럼 지혜(智慧)로 와라.

셋째 구정물도 받아주는 물처럼 포용력((包容力)을 가져라.

넷째 어떤 그릇이나 담기는 물처럼 융통성(融通性)을 발휘해라.

다섯째 바위도 뚫는 물처럼 끈기와 인내력(忍耐力)을 지녀라.

여섯째 장엄하게 투신하는 폭포수처럼 용감(勇敢)하라.

일곱째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물처럼 대의(大義)를 품어라.

참으로 깊은 통찰력이고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저도 나름 그리 살고자 애쓰고 희원했지만 돌아보니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각설하고 인체의 80%가 수분입니다. 하여 체내에 물을 1~2%만 잃어도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게 되고, 5%정도만 잃어도 대부분 혼수상태에 빠지고, 12%를 잃으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물이 곧 생명이고 삶의 바로메타입니다.

하느님이 타락한 인간을 물로 심판하고 노아의 방주로 구원했듯이 예수님도 물로 인간이 지은 죄를 사하는 세례의식을 폈습니다. 바닷물이 노하면 배를 뒤엎듯이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엎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물은 상황에 따라 기체(수증기)가 되기도 하고 고체(얼음)가 되기도 하고 다시 액체(물)가 되는 요술쟁이 입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닙니다.

이슬로 빚은 감로수, 바위 속에서 나오는 광천수, 산에서 나는 약수와 같이 몸에 좋은 약수가 있는가 하면 공장이나 축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 같은 몸에 해로운 몹쓸 물이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물은 비를 통해 생성되고 순환하며 생태계 또한 비로 인해 유지되고 활성화됩니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뭇 생명을 살리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랐다가 다시 비가 되어 돌아오기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이 와도 탈이고 적게 와도 탈인 게 비입니다. 많이 오면 홍수가 나서, 적게 오면 가뭄과 기근이 나서 인간과 동식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여 비가 말합니다. 좋고 탐나는 것일수록 분수에 맞게 가지라고.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고.

아무튼 물은 깨끗하게 관리하고 아껴 써야 합니다. 먹고 씻는 건 물론 생산과 소비활동에 없어서 안 될 공공재이니 당연지사입니다. 환경당국이 1급수 2급수라는 급수를 메겨 물의 상태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릴 적만 해도 개울물과 시냇물을 손으로 받아먹고 친구들과 발가벗고 멱을 감았는데 탐욕적인 산업화와 대기오염으로 식수는커녕 아이들 물놀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으니 통재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빗물과 수자원을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여 국민적 우려와 불명예를 불식시켜야 합니다. 물 타령 비 타령을 질펀하게 해서인지 주책없이 눈물이 납니다. 물처럼 비처럼 살라고.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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