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편지
나에게 보내는 편지
  • 김석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 승인 2022.07.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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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김석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몇 달 전, 첫 근무지로부터 임용일에 작성했던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빼곡히 적은 글귀들의 대부분은 공직생활에 임하는 다짐이었다.

낯간지러운 편지의 종반부에는 임용 당시에 했던 나와의 약속을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적혀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임용 면접 당시 내 자신을 어필한 핵심 키워드는 `책임감'이었다. `오늘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 때 급한 용무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제가 일을 처리하고 가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하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 결여되므로 아무리 급한 사정이라도 마무리하고 퇴근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맡은 첫 업무는 버스승강장 관리였다.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복잡해 보이는 시스템, 빗발치는 전화는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과에서 유관 업무를 담당한 선배님들은 계시지 않았고, 전화기를 붙잡으며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다행히 도움요청을 받은 분들은 내 일이 아니지만 내 일처럼 나서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끌어올려 주었다. 혼자의 힘으로는 올라갈 수 없던 절벽을 타인의 도움으로 올라섰으나 언제부터인가 그 도움을 한편으로 당연시하게 생각해버렸다.

며칠 후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임에도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여 사업을 진행했고, 제품 선정 이유를 묻던 팀장님에게 타인의 의견이 아닌 내 의견을 설명할 수 없었다. 팀장님께서는 담당자라면 내 이름을 걸고 나가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 수행 할 것을 명령하셨고 퇴근 후 나의 공직 생활을 임하는 마음가짐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되돌아보며 사색했다.

임용당시 다짐했던`책임감'은 단순히 업무에 최선만 다하자는 구색 갖추기였다면 실제 공직 생활에서 `책임감'은 본인의 업무는 본인이 제일 잘 알아야 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소속 지자체 내 최고의 전문가로서 지식을 갖추기가 되어야 한다. 그 자신감과 전문성으로 업무에 임할 때 비로소 `책임감'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매 업무가 새롭고 배워야 할 내용이 수두룩하겠지만 두려워하면 안 된다. 기피업무를 맡았을 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몇 년만 참자는 수용형 마음가짐도 나쁘지 않지만 시민을 위하는 시장님의 권한을 대행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현재 전문가는 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보다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임용일에 작성했던 `나에게 보내는 편지'의 다짐에 이어 `책임감' 있는 공직 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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