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 무궁화
우리나라 꽃 무궁화
  • 고은채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 승인 2022.07.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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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고은채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고은채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보고 따라 불러 봤을 수도 있는 이 노래는 아시다시피 `무궁화(우리나라 꽃)'이라는 동요이다. 무궁화는 필자에게 있어 여름을 시작하는 신호이다. 필자의 집 앞에는 작은 천이 있다. 덕분에 많은 나무와 풀들과 꽃들로 사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데, 완연한 여름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중의 하나는 무궁화 꽃이다. 필자에겐 무궁화를 보면 떠오르는 계절처럼 또 자연스럽게 부르는 동요처럼 우리는 국화는 곧 무궁화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무궁화를 `우리나라 꽃'으로 여기기 시작하게 된 것일까? 가장 오래된 기록은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지리서인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대해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신라 효공왕 원년(897년)에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국서를 보면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자칭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신라를 무궁화의 나라로 불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꽃임을 인정받던 무궁화가 국화로 여겨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는 의식 때 부른 애국가 후렴에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무궁화가 국화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신라 화랑의 원조인 국자랑은 머리에 무궁화를 꽂고 다녔고, 조선 시대에는 장원급제하면 어사화에 장식하는 꽃으로도 무궁화가 쓰였다.

또한, 호텔의 등급을 평가하는 것에도 무궁화를, 우리가 타는 기차이름에도 무궁화 이름이 쓰일 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무궁화가 법률이나 공식적 규정에 기초하여 국화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처음 알고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동요에도, 심지어 국가인 애국가에도 무궁화가 나오는데 무궁화가 공식 절차를 거쳐 지정된 국화가 아니라니! 사실을 확인해보면 무궁화를 국화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태극기의 경우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로서의 지위를 보장받고 있지만, 무궁화의 경우 이런 법적 규정이 없다. 다만 역사적, 관습적으로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에 2016년에 11월에 무궁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나라꽃에 대한 법률안」이 상정되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되어 지금도 성문화된 법으로 공식화되어 있진 않은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관습법을 인정하고 있기에 현재 대통령 휘장과 행정·입법·사법 3부의 휘장, 태극기 깃봉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으로 무궁화를 나타내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보단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무궁화가 주변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 노래로 배우고 자란 우리 세대들은 그래도 무궁화가 국화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제 보기 힘들어진 무궁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다음 세대 사람들에겐 애국가에서 나오는 단어 중 하나로, 사람들 인식 속에서 점차 흐려지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런 점을 염려해서였을까? 매월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숫자 8을 옆으로 뉘이면 무한대(∞)의 의미를 나타내어 무궁하다는 의미를 담아낼 수 있고, 그때쯤 무궁화가 만개하기 때문에 해당 날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약 한 달 뒤면 무궁화의 날이 돌아온다. 봄 꽃놀이하면 벚꽃이 생각나는 것처럼 무궁화가 개화하는 여름 하면 생각나는 꽃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무궁화의 날을 핑계로 주변의 무궁화를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선조가 지켜온 우리 꽃이 후대에도 우리나라의 꽃으로 무궁하게 기억되길 바라며 오늘도 집 앞에 있는 피어 있는 무궁화를 감사히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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