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테파네트
나의 스테파네트
  • 형경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2.06.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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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형경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형경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은 빼어난 서정성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목동이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이 소설은 사춘기를 통과하는 십대들에게 설렘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교본과 같은 느낌이었다. 필자 또한 이 소설을 접하고 난 후 남은 인생에 대해 무모하게 규정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펼쳐질 삶은 `나의 스테파네트'를 찾아내기 위한 끊임없는 고통과 번민의 시간이 될 거라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련하게만 느껴졌던 목동이 실은 가장 아름답고 이타적인 사랑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이며, 누군가가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준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민원인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한 분이 있다. 도민들의 재산권과 관련된 민감한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다. 업무처리의 근거인 법규와 제도는 늘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눈높이는 언제나 그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데, 그날도 이 좁혀지지 않는 법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설명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분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숱한 분들이 거론했던 법률·제도의 불합리함을 논하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물었을 뿐이다. “주무관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후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민원인의 입장에서 최대한 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렸던 것 같다. 친절하게 상담해줘서 고맙다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러셨지만, 오히려 힘을 얻은 건 필자였다. 공무원에게 민원인의 신뢰를 받는 것보다 더 힘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상담을 하면서 민원인의 고충을 경청하였던 짧은 시간이 오히려 그분에게 심적으로 기대었던 역설적인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살아오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질곡의 시기를 지나올 때, 항상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준 이들이 있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력자에 이르기까지. 낯선 환경에 잠을 설치던 스테파네트가 목동의 어깨에 기대 스르르 잠든 것처럼, 삶의 신산함을 잊고 평온을 찾게 해준 은인들이 언제나 곁을 지켜 주었다. 크고 화려한 광채를 뽐내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삶을 나름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삶일지언정 작은 빛이 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별지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도 `나의 스테파네트'를 찾아내는 중이다. 물론 청소년기에 품은 마음과는 다른 의미에서 말이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우리 주위에 세상을 아름답고 환하게 비출 별들이 가득하길 꿈꾼다. 공직자로서의 내가, 더불어 사는 우리 모두가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별들을 품을 수 있는 사회로 변해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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