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택의 천상의 날개
김종택의 천상의 날개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6.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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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천상의 유토피아로 보이는 하늘을 새들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두루미, 큰고니, 참수리, 흰꼬리수리와 동박새, 팔색조, 방울새, 긴꼬리홍양진이 등 모두 15종의 새들을 카메라에 담아 한 권의 사진집으로 발표한 사진가 김종택. 어린 시절 환상과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던 하늘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영원한 이상향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서른아홉 살에 폐 종양수술로 3년간 병원에 입원한 후로 호흡기계통이 좋지 않은 그는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사진찍으러 돌아다녔다. 그때 유유자적 날갯짓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이 한없이 부러웠다고 한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들을 사진으로 남기고픈 생각이 커지면서 새 사진작업에 나섰다.

일본 쿠시로에 가서 두루미들을 만났다. 홋카이도 동남부 해안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두루미가 반가워 보이는 대로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그렇게 두루미의 첫 촬영을 마쳤는데 두루미 머리꼭대기의 붉은 피부, 이마에서 목에 걸친 검은 부위, 날개 안쪽 둘째 날개 깃과 셋째 날개 깃의 검은색, 나머지 날개 깃의 흰색들이 계속 눈앞에 어른거렸다고 한다. 두루미의 아름다운 몸짓에 그는 온통 마음을 빼앗긴 것이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돌아와 우리나라 경기도 연천과 파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인천 강화도 등지에서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된 두루미를 셀 수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큰 부리와 쐐기모양의 꽁지가 특징인 참수리와 몸길이 80~90cm에 이르는 육중한 크기의 황갈색, 담황갈색의 흰꼬리수리를 찾아 육지에서, 바닷물 얼음 위에서 찍었다. 천연기념물 제243호이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의 참수리와 흰꼬리수리 사진촬영은 낙동강하구와 임진강, 한강, 낙동강과 동서해안, 남해도서연안 등에서 계속 이어졌다. 지칠 줄 모르고 용솟음치는듯한 참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나르는가 하면, 날카로운 부리와 노란 발가락들이 퍽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겨울철새로 알려지는 고니류 중 가장 큰 몸집의 큰고니도 그의 카메라에 몸길이 1.5m, 날개길이 2.4m, 흰색 몸체에 눈언저리의 황색 피부 등 있는 그대로의 아름답고 황홀함을 자랑하는 모습으로 담겨 있다. 그 사진마다 머리를 S자형으로 하여 직선으로 곧게 뻗어 헤엄치고, 목을 수직으로 세워 꺼덕거리면서 `홋호, 홋호' 소리가 들리는 듯한 몸집의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들이 무척 돋보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저마다 독특한 자태로 살아가는 새들과도 만났다. 약육강식의 자연 속, 더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삶이 혼재된 세상을 엿보며 무릇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사진 하나하나에서 열정과 의지가 보인다. 온갖 역경과 고난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지금도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를 꿈꾼다는 그는 팔순을 맞아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다. 30여 년의 사진 인생에서 제일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이라면 추위에 떨면서도 카메라를 내 몸같이 여겨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과 여름에 산과 들에서 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면서도 사진 찍는 시간은 마냥 행복했다고 말한다.

한때 아내와 계획했던 사진작업이 잘되진 않았지만, 체력이 되는 한 사진 찍는 일을 계속할 것이며, 전시도 또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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