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상흔과 교훈
지방선거의 상흔과 교훈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6.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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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거리에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선거현수막이 나부끼고 있고, 당선자들의 감격과 낙선자들의 비탄의 소리가 맴돌고 있어 심란합니다.

돌아보니 선거는 역시 깃발이고 바람이며 희비쌍곡선이었습니다.

여론조사로 보나 득인심으로 보나 이길 것 같았던 후보가 낙선하고, 여러 정황상 질 거 같았던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속출했으니 말입니다.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역시 많은 상흔과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는 민심은 요동친다와 무섭다 입니다.

20년 장기집권 운운하던 더불어민주당이 4년을 못 버티고 참패하고, 탄핵으로 몰락위기에 처했던 국민의힘이 압승하는 투표결과가 이를 웅변합니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땐 대구 경북 제주도를 제외한 14곳의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에게 싹쓸이를 허하더니 이번엔 광주 전북 전남 호남 제주 경기도를 제외한 12곳의 광역자치단체장을 국민의힘에게 싹쓸이를 허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의 근소한 표차이로 석패했으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어)'야 하다가 10% 가까운 표차로 대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기대에 반하거나 오만하면 국민들은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들기도 하고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걸.

둘째는 풀뿌리민주주의의 퇴행입니다.

주민참여와 자생력이 풀뿌리민주주의의 동력이고 근간인데 그렇지 못해서 입니다.

투표율 50.9%로 국민 절반이 투표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광주 37.7%, 대구 43.2% 가 투표를 해 우려를 낳았습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기초의원과 비례대표, 교육감 등 무려 7명을 한꺼번에 뽑는 주민밀착형선거임인데도 그 모양이니 문제의 심각성이 큽니다.

`투표 안 해도 될 후보가 되겠지'와 `딱히 찍을 후보도 없는데'하는 안이함과 무시가 부른 지방선거의 민낯입니다.

풀뿌리민주주의 대한 몰이해와 관심저하의 반증이기도 하고,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의 폐지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지방선거가 정권의 인기와 신망에 너무 휘둘린다는 사실입니다.

문제인 대통령의 남북평화회담에 경도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던 4년 전 선거가 그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국정안정론에 경도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진배없었던 이번 6.1선거도 그랬습니다.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원칙 없는 공천관여도 그렇고, 지방자치와 무관한 선전선동도 문제였습니다.

후보의 역량과 도덕성보다 당의 기여도와 지구당위원장과의 친소가 우선시 되는 공천구도와 지방자치의 중앙예속화는 혁파되어야 합니다.

넷째는 제3당의 부재와 진보진영의 쇠락입니다.

무소속 후보 몇 명이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원내 3당인 정의당은 자치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선거에서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담한 패배를 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당정치에서 설 땅을 잃었고, 구심점 결여와 진보정당다운 결기와 참신성을 보여주지 못한 후과였습니다.

교육감선거도 그랬습니다.

17개 시·도 교육감 절반을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차지해 진보교육감전성시대에 낙조가 드리워졌습니다.

충북이 이번 선거에도 전국의 바로메타가 되었습니다.

지사와 시장·군수를 포함한 도내 단체장 12명 중 9명이 물갈이 되었고 그 중 국민의힘 후보가 8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명 당선되었으며 재선의 진보교육감이 낙선하고 새내기 보수후보가 당선되었으니 그야말로 연구대상입니다.

이번 선거의 최고의 감동은 `도지사 선거에 낙선해서가 아니라 전남도민의 성원에 운다'는 이정현 전남지사후보의 선전입니다.

국민의힘 불모지인 전남에서 역대 가장 높은 18.8%의 지지를 받았으니 상찬 받아 마땅하거니와 그의 술회 또한 가슴 먹먹한 절창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아름다운 패배 뒤에는 미소 짓는 미래가 있습니다.

각설하고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당선인들의 책무가 실로 막중합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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