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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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2.04.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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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조지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조지영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엄이도종,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나온 말인데, 춘추전국시대 범씨가 다스리는 나라가 망하기 직전 범씨 집안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종을 훔치려 했지만 너무 무거워 한 번에 들고 갈 수가 없었다. 도둑은 종을 쪼개기로 하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너무 크게 울렸다. 도둑은 다른 사람이 올까 자기 귀를 막았다. 종 깨는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퍼졌는데 자기 귀만 막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렇게 도둑처럼 잘못한 것을 알지만 자기만 모르는 척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직사회에서는 특히 소소하고 작은 일들 중에 `이 정도는 나 하나 눈 감으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을 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 부패의 씨앗이 되어 청렴을 갉아먹는 것이다.

공직자가 되기 전 수험생 시절에 인터넷 기사 등 뉴스에서 공직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자동으로 귀를 쫑긋하곤 했다. 쫑긋한 것이 무색하게도 항상 공직자의 비리, 부패에 관한 내용이었다.

뉴스의 댓글에도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세금먹고 사는 공무원이 썩어빠졌다, 더러운 세상 등등….

필자는 생각했다. 저렇게 부패에 관한 뉴스는 차고 넘치는데 왜 나라는 망하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공직생활에 들어오고 나서 단번에 알게 되었다.

소수의 몇 명이 더럽혀 놓은 청렴을 다수의 공무원이 달라붙어 썩은 것을 도려내고 새로운 싹을 틔워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후자의 공무원들의 노력은 가상했고 작은 티끌 하나 허용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친절을 내어주는 대신 받는 작은 보답이라 생각하고 받으면 되지 않나? 라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아주 큰 바위도 작은 금이 생기고, 그 작은 금에 계속하여 자극을 준다면 언젠간 바위는 갈라진다. 금을 메우려 다수의 공무원들은 철저하게 청렴의 씨앗을 지키고 있었고 금을 메우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에 들어가면 `비위 없는 날 n일째'라는 문구가 눈에 보인다. 그러한 문구로 인해 지금까지 선배 공무원들이 지켜온 청렴의 길을 나 하나로 더럽히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고 출근과 함께 작지만 소중한 나의 청렴한 마음을 한 번 더 깊이 새기고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공직사회 안에서는 신경 안 쓰는 작은 부분에서도 청렴을 지키려는 노력이 보였고, 일단 나 자신의 마음속 안에 있는 청렴을 지키는 게 공직사회의 청렴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 1년이 막 지난 필자는 선배 공무원들의 크나큰 청렴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청렴 씨앗은 더 커질 것이라 믿으며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않고 작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청렴을 앞세워 놓는 것이 나의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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