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운동의 친구 수업의 친구
AI, 운동의 친구 수업의 친구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4.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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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매달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1월에는 한 달 동안 총 2만5300킬로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었고, 2월에는 425.3km를 움직이는 것이었으며, 3월에는 움직이기, 운동하기, 일어서기의 활동 링 3개를 모두 완성하는 날짜가 29일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과제집착력이 강한 나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한 다음 달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월별 도전 과제를 놓쳐본 적이 없다. 지금 나는 4월의 도전 과제 2870분 운동을 위해 노력 중이다.

도전 과제는 사용자의 활동량에 따라 달리 부여된다.

작년 4월 도전 과제 역시 운동 시간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3700분이었다. 올 4월이 2870분이니 거의 830분 차이가 나며 하루 감당할 시간의 차이는 약 30분이다.

운동량이 많았던 작년 4월엔 하루 120분 이상을 주문받았고, 올 4월은 95분 정도를 부여받았다. 또 동일한 워치를 사용하는 딸아이는 한 달 920분 운동하는 과제를 받았다. 이런 차이는 해당 기간 사용자의 활동량을 분석한 결과다. 하여 요즘은 운동을 더 하고 싶어도 참거나, 그럼에도 운동하고 싶을 땐 워치를 살짝 빼둔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3년 전인 2019년부터`학습에서 첨단기술의 효과적인 활용에 관한 실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습에서 첨단기술의 효과적 활용이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교사가 수업의 질을 높여 학생의 능력을 신장시키는데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한 사례인 오사카부 미노시는 경력 교사가 대량으로 퇴직하는 바람에 교직 경력이 5년 이하인 입문기 신규 교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교직은 다양한 경력의 교사들이 한 학교나 교육청별로 배치되어 있어, 저 경력 교사가 고 경력 교사로부터 수업기술을 배우게 된다.

학급경영이나 생활지도에 대해서도 경험 있는 교사의 지도는 신규교사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미노시의 경우 교사교육의 이런 양상은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미노시에서는 `경력 교사의 지도 기술을 효과적으로 신규 교사에게 승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프로젝트가 수행된 초등학교에는 교실의 천정 등에 여러 대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센서를 통해 학생의 목소리와 동작을 기록하였다. 이렇게 기록한 동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수업 중인 학생과 교사의 발언 회수와 발언 시간 등을 그래프나 도표로 표시하면서, 교사가 학생의 주의를 끄는 수업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판정하는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경력교사의 부족 때문에 생긴 교사 교육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인데다 AI의 엄청난 학습력과 분석력을 고려한다면 한계를 가진 경력 교사의 교육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스쳤다.

하지만,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조언과 경험을 통해 성장해간 선배 교사의 사례가 담고 있는 땀, 눈물, 한숨 같은 것은 어떻게 전해야하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교육의 본질은 언제나 가르치는 사람의 뒷모습에 있으니 말이다.

스마트워치가 좋은 운동 파트너라는데 이견은 없다. 동기도 부여하고 또 건강한 일상생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운동은 워치가 아니라 몸이 한다. 몸이 움직여야 한다. 수업 기술 역시 그렇다. 수업 고민은 AI의 몫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해야 할 신규 교사의 몫임에는 틀림이 없다.

AI와 함께한 미노시 교사들의 노력이 수업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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