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기의 다큐시리즈
민석기의 다큐시리즈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4.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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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입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30여년의 세월을 사진가이면서 직업인으로 살아온 민석기가 우리들의 소탈하고 평범한 생활을 누군가는 꼭 기억하고 남겨야 하기에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가진 독자적인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인간이 공통으로 가지는 생물학적 욕구의 표현인 인간생활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진가로 알려졌다. 생활의 현장을 순간의 고정으로 하는 사진작업으로 사람의 삶과 문화, 현실을 기록하고 남기는 의미로 자신의 바쁜 일과에도 틈을 내어 평생사진작업과 친해져 왔다.

그가 첫 번째 삶의 찰나를 카메라에 담은 곳이 동해시 북평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이었다. 2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에서 향토색짙은 서민들의 삶의 체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사진이다.

재래 장터에는 없는 물건이 다 있기에 기분 좋은 흥정이 있고, 여기에 더한 정겨운 덤이 있어 늘 따뜻한 정감이 흐르는 곳으로 단순하게 물건을 팔고 사는 장소에서 서로 어우러져 정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장 보러 간다는 말 대신 장구경하러 가는 이야기를 하는 북평장은 한낮이면 왁자지껄 북새통을 이룬다. 여기에 구수한 냄새의 국밥집과 국숫집에, 텁텁한 막걸릿잔이 오가는 대폿집이 그 분위기를 더해준다.

장터 골목의 뒷전에서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누는 여유 있고 낭만적인 모습들이 같은 시대에 하늘 아래에서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향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내용이 참 좋다.

그 사진들이 우리네 인생과 똑 닮았으니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이 모두에 스며 있음이다. 삶이 무료하거나 권태롭다는 생각이 들 때 재래시장에 가면,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카메라는 자신의 직업으로 있는 15톤 덤프트럭과 함께 하는 `나는 덤프 공이다' 라는 이름하에 움직임을 계속했다. 덤프트럭과의 만남은 힘들었던 IMF 사태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아들의 난치병을 치료하느라 생활이 어려워 중고 15톤 덤프트럭을 사 일하면서의 각별한 인연으로 그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삼척 동양시멘트와 쌍용자원개발 삼척사업소, 동해~삼척간 도로건설공사, 폭설로 인한 도로제설작업, 논 객토작업등 다양한 일을 `나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을 카메라로 기록했다.

그는 덤프트럭을 늘 세심하게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관리하고, 운행 중 미세한 소음이나 사소한 증상을 묵직한 부담으로 지니고 있으면서 별다른 사고 없이 유지해오는 그 모두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사진들 중 `굴착기 창에 투영된 자화상'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시설공사' `발파의 순간 비산하는 암석' `작업현장이 삶의 터전인 흑염소가족' `정기검사 세차 때의 자신의 모습' 등의 사진은 시선과 사연이 주는 독특함으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의 사진작업은 현장의 여건에 따라 스마트폰,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 SLR 카메라와 2G폰으로 순간순간을 기록한 소중한 도구가 맡아주었다며 결코 쉽지 않은 날들이었음을 회상했다.

이후로도 생활사진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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