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끝은 어디인가?
질문의 끝은 어디인가?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4.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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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일전에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이 아이들의 질문공세가 얼마나 짜증 나는 지를 알려주는 코미디를 한 적이 있다. 아들과 함께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들: 뱀이 개구리를 왜 잡아먹어? 뱀도 살아야 되니까? 뱀은 왜 살아야 돼? 여기부터 아버지의 머리는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대답을 짜낸다. 태어났으니까. 뱀은 왜 태어난 거야?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지. 그럼 왜 태어나고 싶어 해? 이 정도 되면 짜증이 밀려온다. 왜 태어나고 싶어 하냐구? 집에 가서 엄마한테 물어보자.

대체로 질문은 두 번 이상 받기 쉽지 않다. 세 번 이상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말문이 막힌다. 지극히 당연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면 불편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고 산다. 인생의 문제는 질문을 피하고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닥쳐온다. 준비 없이 방치하면 한꺼번에 몰려와서 사람을 멘붕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티브이를 시청(視聽)한다.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티브이를 시청한다는 건 1차적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는 것이며 2차적으로는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본다는 건 뭐지? 이 질문을 던지면 티브이를 본다는 게 이제 당연하지 않게 된다. 보기 위해서는 보는 것(눈)과 보이는 대상(색, 형체)이 있어야 한다. 티브이가 있어야 보고 또 눈이 있어야 볼 수 있다. `본다는 게 어떻게 성립하는 거지?'라는 의문에 `보는 기관과 보는 대상이 나뉘어 있어야 돼'라고 답을 하는 것이다.

이건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듣기 위해서는 귀와 소리가 있어야 한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하는 머리와 생각거리(개념, 어휘, 상(想))가 있어야 한다. 보는 게 뭐지? 듣는 게 뭐지? 생각이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되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게 된다. 티브이 시청은 물 건너간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게 성립하려면 작용자(agent)와 작용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그럼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이 왜 나누어지지? 그 둘이 나누어지려면 먼저 보는 눈, 듣는 귀, 생각하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대상이 먼저 있어야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눈, 귀, 머리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성립하는 것이다. 보려면 눈을 떠야 한다. 곧 눈을 뜨지 않으면(눈이 없다면)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는 의식이 없으면 생각하는 대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눈(귀, 의식)은 어떻게 생기게 되는 거야? 그건 몸과 그 몸을 움직이는 정신(영혼)이 있어야 생긴다. 그럼 몸과 정신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거야? 뭔가를 알아차리는 작용(識)이 있기 때문이지. 그 알아차림의 작용은 어떻게 생기는 거지? 그 알아차림의 작용은 세상에 무조건 태어나려고 하는 의지 때문이지. 그럼 그 의지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거지? 그건 무지몽매하기 때문이야? 뭐에 대해서 무지몽매한데? 세상에 태어나서 산다는 것의 결말이 고통(一切皆苦)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 온갖 것이 고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 그건 겪어봐야 돼. 삶이 고통이라구? 왜 고통이야? 늙고 병들어 죽거든. 왜 늙고 병들어 죽어? 그건 있으려고 하기 때문, 곧 태어나려고 하지 때문이지. 세상에 있으려고 하는 건 무엇 때문에 가능한 거야? 몸집을 불리려고 하는 경향 때문이지. 그건 왜 그래? 세상에 대한 애착 때문이지.

내가 여기서 질문을 몇 번 했을까? 15번 정도 했다. 이렇게 짜증 나는 질문 세례를 지치지도 않고 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그 뜻을 파악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힌다. 골머리를 썩히다 썩히다 이제는 머리를 쓰지 않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놓으려 한다. 질문의 끝은 몸도 마음도 쓰지 않는 상태이다.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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