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국제법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국제법은?
  • 노동영 법학박사
  • 승인 2022.03.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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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법학박사
노동영 법학박사

 

작년 6월 4일자 이법전심은 「미얀마 사태에 유엔은 어디 있는가」였습니다.

미얀마 사태는 실패국가에 가까운 무능한 정부 덕에 선량한 국민들만 희생되었는데, 단 한 명의 사상(死傷)이라도 있어서는 안 될 희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뒤늦게 유엔이 총회를 통해 대량의 인권침해사태를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였지만 국제사회가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인도적 개입 등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사태는 국가 내부의 유혈사태임에 반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한 국가가 평등한 다른 국가를 침략한 명백한 전쟁행위입니다.

17세기 국제법의 아버지 그로티우스가 「전쟁과 평화의 법」을 통해 국제법의 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 이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법을 중심으로 국제법이 국제사회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1945년 10월 24일 미국, 구 소련 등 승전국을 중심으로 전쟁을 금지하고 평화를 구가하기 위해 보편의 국제기구인 국제연합(유엔·United Nations)을 창설하였습니다.

국제사회의 기본 주체인 국가 모두라고 할 수 있는 193개의 회원국이 유엔에 가입되어 최대 다자조약이자 일반국제법을 형성하는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유엔헌장이라는 국제법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평화를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치명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한 사례를 경험했고, 최근에는 미얀마가 내부의 대량 인권침해를 통해,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통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회원국들이 유엔에 가입할 때 약속했던 평화애호국(peace-loving states)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유엔헌장과 같은 국제법은 본래 이상주의에 입각해서 국가의 주권 존중을 양보하고 평화만을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으로 출발된 것은 아닙니다.

국가는 주권 존중 및 국익의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아무런 질서가 없다면 전쟁을 미화시키는 과거 정전론(正戰論)의 왜곡이 이루어지고 세계는 온통 전쟁터가 될 터이니, 기본적으로 주권국가가 존중받는 기초 위에서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국가의 활동을 한계짓는 절충점을 이끌어낸 보편질서가 국제법의 시작이고, 지금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이 무력행사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그 금지된 행위에 대하여 안전보장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의 기구에 위법을 확인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지만, 미얀마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부여된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진적 의미의 유엔 무용론(無用論)이 나올 법합니다. 평화를 위해 국제법이 부여한 권한을 방치한다면 최소한 점진적 의미의 유엔 개혁론(改革論)이 아주 절실해 보입니다.

유엔이 창설 초기에 한국전쟁 과정에서 보여준 강력한 힘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요? 주권 존중 및 내정간섭 금지와, 국제법이 보장한 여러 강제적 수단을 통해 주권을 제약함으로써 국제사회가 관여하는 것은 양립할 수도, 양립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력 역시 지역국제법이 발휘될 수 있는 힘입니다. 주권이 평등한 국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다른 나라를 하대하고 복종시키려는 과거 제국주의적 수직질서의 그릇된 시각에서 옵니다.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들을 혼내줄 국제법의 무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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