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강아지가?
교실에 강아지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3.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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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지금 학부 3학년인 20학번 친구들은 코로나19 이후 입학한 첫 학번이다.

2020년 1월 우리나라에 첫 환자가 발생했고, 지금에 비하면 적은 수의 환자지만 당시 환자 수가 폭증하면서 3월 유사 이래 처음으로 개학과 개강이 미뤄졌었다. 3월 중순쯤 입학식은 물론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한 채 온라인 입학을 했고, 비대면 수업은 1학기 내내 계속되었었다.

온라인으로 입학한 신입생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하다가 매주 한 번씩 화상 미팅을 하기로 했다.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모이라 하니 내키지 않지만 모인 눈치였다. 처음 만나 서로 그만그만한 인사를 건네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주 만나 이야기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한 주에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에 두 가지를 정하고 그에 대해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었다. 진행도 주제를 제안한 사람이 직접 했다.

주제 없이 대화할 때보다 훨씬 나았다. 화상 주중 대담을 시작한 지 한두 달 동안 좋았던 영화, 음악, 책, 가서 행복했던 또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 감명 깊었던 드라마, 자기 집 근처의 맛집, 나만의 취미 등등 여러 주제들이 순번을 돌았다.

5월쯤이었을까? 한 학생이 이번 주에는 `나의 반려 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대화하는 한 시간이 참 길다 싶었는데, 반려 동물 주제가 놓이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대화가 이어졌다.

화상 카메라에 작은 햄스터가 등장하고 고양이가 떡 하고 지나가며 강아지가 뛰어다녔다. 새도 지저귀고, 혹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마당의 강아지 집을 비춰주기도 했다. 옆집 강아지를 소개하겠다며 원정을 가서 화상 미팅에 참여한 친구도 있었다. 동물의 힘, 참 따스하고도 막강했다.

지난 2월 호주의 한 매체에서도 교육에서 동물 특히 강아지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보도했다. 퀸스랜드의 한 학교에 강아지 메브릭(Maverick)이 들어서자 학생들은 메브릭을 아주 열렬하게 환영한다. 메브릭은 화가 나서 시무룩해진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달래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 무릎에 앉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상호작용한다. 이 상호작용에 메브릭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아주 익숙하고 편안해 보인다.

메브릭과 같은 강아지를`치료견(Therapy Dogs)'이라 한다. 치료견으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적합한 품종, 사람과의 소통능력, 붙임성 등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하고, 안전하고 윤리적인 환경을 위하여 치료견의 기질 검사 및 전문 훈련이 특히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마리의 교육용 치료견이 탄생하는 것이다.

호주의 국가단위 컨설팅 기업 `교육용 치료견(Therapy Dogs in Education)'의 책임자 에이미 호지킨슨(Amy Hodgkinson)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었던 교육 일정이 크게 변했고, 또 온라인 수업이 증가하면서 학교에서 치료견의 수요가 급증하였다고 밝혔다. 급증한 이유는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 시 학생들과 소통할 방안으로 종종 반려동물을 활용해보았는데 이 반려 동물에 대해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였음은 물론 반응도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심혈관 건강, 면역 체계 기능, 통증 관리 개선 및 다양한 동물과의 상호 작용 후 스트레스와 불안 경험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불안을 관리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이는 치료견이 주는 진정과 정착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든든한 오랜 친구 강아지가 건강은 물론 공부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치료견, 사람 간 소통이 적어지는 요즘,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벗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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