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3.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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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삼일절이라 거리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서열하는 장병 사이를 지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경건하다.

거리와 골목에는 14명의 대통령 후보자 벽보가 음지에서 양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찡그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 겪어본 대선 가운데 가장 역대급이라고 행인이 외면해도 후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방긋거린다. 개인에서 가정사까지 들먹이며 갖은 가십이 펄펄 뛰며 난발해도 철 잃은 계절이다.

후보자 개개인은 누구나 위대하다. 장점을 보면 한없이 칭찬하고 싶다. 심지어 `저 사람들은 왜 나왔을까?' 하는 후보마저도 한 개인의 역사는 참으로 위대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특정한 정당 후보자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후보자들의 자질을 떠나 이제는 정말 국민의식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후보자라면?

이번 대통령 후보는 정말로 뽑을 사람이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오죽하면 누가 좋은 사람이냐가 아니라 누가 좀 더 나쁘지 않은 사람인지 봐야 한다고 할 정도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투표할 권리가 있고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정당을 바꿔야 한다. 바꿔봐야 달라질 게 뭐 있냐?” 하는 쪽으로 편이 갈라진다. 두 정당 간의 싸움이 되는 판국이다 보니 후보자 단일화 문제까지 거론하며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면 당선이 되든 안 되든 소신껏 밀고 나가야 한다. 지금에 와서 단일화한다면 본인의 소신을 저버리는 격이다. 후보자들은 정치가 특정한 정당이나 특정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뽑는데 왜 시민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다닐까?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일맥상통하다. 일부 사람은 본인이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온갖 가십으로 상대 후보를 나락으로 몰고 간다.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차라리 침묵하라.

투표일이 임박해지자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한테서 전화가 자주 온다. 누가 꼭 당선 되어야 하니 선전 좀 해달라는 부탁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정치 활동하는 사람이나 또 그런 무리에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을 본다. 특히 일정한 직업 없이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앞장서서 깃발을 꽂고 설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상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거나 인품이 좋은 사람이 앞장서서 선거운동하면 마음이 동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러고 다니면 후보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다가도 오히려 반감이 든다.

왜 꼰대, 뒷방 늙은이라고 하는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마라. 본질이 참되고 공적일 때 쓰는 말이다. 얄팍한 꼼수로 개인이나 특정한 집단 이익을 위해 쓰는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보수·진보, 정당·야당이라는 이분법으로 우리를 분산시켜 혼란스럽게 한다. 지혜롭지 못하면 정치인들의 계략에 노예처럼 끌려다닌다.

우리 지역 정치인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오랫동안 끈을 잡고 있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추하다. 올곧은 정치인이라면 들고 날 줄도 때를 기다릴 줄도 안다. 자리만 차지하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뒷방 너머로 물러나면 어떨까? 국민 또한 말로만 부르짖는 정의로운 사회구현이 아니라는 의식 있는, 주체적 삶을 추구하는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정치가를 바꾸려는 국민 의식, 건강한 개인의식을 향상시키는 바람은 어떨까? 훈훈한 봄바람이 분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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