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dynamic) 공무원
다이내믹(dynamic) 공무원
  • 강은영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22.02.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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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강은영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강은영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날, 친구들에게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들이 많다 보니 요새는 다들 좋은 직업으로 여겨주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불안했다.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서 내가 이 직업을 끝까지 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아무리 정년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나의 적성과 흥미와 맞지 않아 그 일을 버티지 못해 그만둔다면 그 직업을 과연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안정적이다'라는 평 또한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좋은 직업'이란 `안정적인 직업'이란 결국 그 사람과 잘 맞는 일, 그래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늘 생각했었다. 그래서 의심스러웠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이 일이 과연 나와 맞을까 하고.

외부인으로서 보았던 공무원의 일이란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 보였다. 자율성이라곤 없는, 주어진 절차대로 진행하고,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이 되기 전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인 신분으로 갔을 때 보았던 공무원의 모습은 기계처럼 앉아 똑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에게 공무원은 그리 어울리는 옷이 아닌 것 같았다. 일이 숙달되고 나면 금세 권태로워져서는 미련 없이 사직서를 들이밀곤 했던 지난날의 나를 떠올려 보면,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나에게 썩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발령을 받고 구청에 들어와 일을 해 보니 공무원이야말로 지루할 새가 없는 직업이구나 싶다. 정해진 법령과 지침에 따라 일을 진행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는 일이 바로 공무원의 업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외적인 상황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하고, 다른 지자체에, 중앙부처에 문의를 하고 유사 사례를 수소문해야 하는 일들이,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부지기수다.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빠른 속도로 바뀌는 법령과 지침들을 숙지하고 적응해야만 한다. 매우 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웬걸 이렇게 다이내믹한 일이 공무원 일일 줄이야.

이쯤이면 좀 익숙해졌나 싶어질 때마다 새로운 사례들이 툭툭 터져 나온다. 감히 `재미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겹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스스로는 매우 다행이라 여기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른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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