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쓰레기 방치를 보며
건설현장의 쓰레기 방치를 보며
  • 성동준 청주시 오송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2.01.18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성동준 청주시 오송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성동준 청주시 오송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건물 앞으로 회색 스티로폼 덩어리가 날아다닌다. 작은 알갱이들이 바람 따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은 바람이 불고 나면 어디로 몰려갈지가 궁금하다. 다음 날 집 앞을 보니 역시나 그 단열재 스티로폼 조각은 다 사라지고 없다. 어디로 몰려갔을까?

내가 사는 집 주변은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다 보니 곳곳에 신축건물 현장이 많이 있다. 건물을 짓다 보면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건축자재부터 시작해서 근로자들이 먹다 버린 쓰레기 및 PET병, 담배꽁초 등등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이 있지만 뭐라 할 수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에서 건물이 지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현장을 감독하는 업자들의 성향에 따라서 이 쓰레기 방치 양태도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작업이 끝나는 대로 쓰레기를 치우고 가는 현장도 있고 주야장천 방치하는 현장도 있다. 먼지가 많이 난다 싶으면 물도 뿌려가면서 하는 곳도 있고 당최 그런 일은 모르는 현장도 있다. 문제는 깔끔히 마무리하는 현장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화가 난다. 방치된 쓰레기는 바람에 날려 내 집 앞에서 뒹굴고 있고 깔끔한 성정의 아버님은 주섬주섬 모아서 우리 집 쓰레기와 같이 버리신다. 현장에 가서 소장 나와보란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쌍욕을 날리고 똑바로 하란 소리를 하고 싶지만 그런 상황은 언제나 내 뇌리 속에서만 일어날 뿐이다.

건설 현장 앞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이지만 사과나 보상을 받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건설 현장에 쓰레기 관리 규정이나 제도, 법을 정리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모든 규제는 더 줄이고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건 상식의 문제이고 양심의 문제이고 최소한의 예의의 문제이다. 어질러놓은 것이 있으면 치우고 가는 것. 이것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안쓰러운 일이다.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도 지켜져야 하는 일이다.

이건 사실 건설 현장만의 일은 아니다. 사무실에 있다가 보면 쓰레기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내 집 앞에 쓰레기를 버렸다는, 치워달라는 내용이다. CCTV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도 많다. 마음 같아서는 무단 투기한 쓰레기 다 집안에 도로 넣어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깔끄미 봉사단을 동원해 그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나에게 돌아올 것 같다. 잠시의 상상이지만 고개를 절레 흔들게 된다.

예쁜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을 짓는 과정도 아름다웠으면 한다. 업자분들이 이 글을 보시고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단 투기하는 분들도! 함께 하는 세상이니 기본은 좀 지켜주시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