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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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2.01.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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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고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가끔 찾는 곳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다니던 백곡초등학교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 학년이 3개 반이었고, 반별 인원도 60명 내외로 전교생이 900여 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40년이 훌쩍 넘어 찾은 학교는 전교생이 30명 내외인 작은 학교로 변했습니다. 건물 위치도 달라지고 외관도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옛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운동장에서 쉬는 시간마다 뛰어놀던 기억이 떠오르고, 냇가에서 물고기 잡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겨울이 되면 난로에 땔 장작이 부족해, 집에서 나무를 짊어지고 오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1학년 입학식 때는 무릎까지 눈이 내렸습니다. 어린 내가 걷기에는 힘든 거리를 엄마 손잡고 눈길을 헤치며 가던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날인가 선생님께서는 다음 주쯤 장학지도가 있어, 내일부터는 교실 대청소를 해야 한다 하시면서 초와 신문지를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당시만 해도 마룻바닥을 청소할 때는 바닥에 윤을 내려고 초를 사용하였습니다. 신문지는 유리창을 닦는 훌륭한 청소도구였습니다. 원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신문지로 유리창을 닦으면 교실 창문이 정말 투명한 하늘처럼 깨끗해집니다. 유리창이 깨끗해지면 교실 밖 풍경이 정말 잘 보입니다. 교실 밖에서도 교실 안을 잘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잘 볼 수 있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창문이 더러우면 밖이나 안을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불안과 공포는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타납니다. 어두운 밤길을 걷거나 캄캄한 곳에 갈 때 두려운 것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의식 속에 사는 공포는 알지 못함을 먹고 삽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있는 그대로 알게 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자유롭게 됩니다.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만나게 됩니다. 볼 수 없는 유리창도 문제지만 다르게 보이는 유리창은 더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교실 유리창에 때가 끼면, 색깔이 덧칠해져 있으면, 빛을 굴절시키고, 착시현상을 일으켜, 착각을 만듭니다. 깨끗하게 유리창을 닦으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잘못 보던 것이 올바르게 보이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에도 교실 유리창과 같은 창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창을 통해, 마음 밖의 세상을 보고, 우리 안의 마음도 바라봅니다. 마음의 창이 더러워지면 세상을 볼 수 없게 되거나, 다르게 보게 됩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없고, 자부심 가득한 자랑스러운 나를 볼 수도 없습니다.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마음의 창을 가만히 놓아두면 때가 끼고 더러워집니다. 어린 시절 닦았던 교실 유리창처럼 우리 마음의 창도 닦아야 합니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깨끗해진 마음의 창은 뒤틀어진 내 마음을 바로잡아줍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해줍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2022년, 더러워진 마음의 창을 닦아내는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욕심과 분노, 질투와 시기의 때를 벗기고 선입관과 편견의 그림도 지우겠습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맑고 깨끗한 창문처럼, 오래 묵은 마음 창의 때를 벗기겠습니다. 고운 햇살 한 자락이 내 마음에 쏟아져, 따뜻한 행복이 오래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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