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제 역할 다하는 의림지
여전히 제 역할 다하는 의림지
  •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1.12.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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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여행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2년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을 발표하고 있다.

2021~2022년 선정지에는 우리 지역에서 총 4곳이 포함되었는데, 청주 청남대,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제천 의림지,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단양강 잔도가 그것이다.

이중 제천 의림지는 역사,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3대 저수지 중 하나인데, 아직까지도 저수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두 곳과는 다르다. 우리가 충청도 지역을 흔히 호서지방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여기서 호서는 바로 호수의 서쪽을 뜻하며, 이때 기준 되는 곳이 바로 의림지이다. 또한 제천이라는 지명이 `둑의 고을'이라는 뜻에서 왔다는 것만 봐도 당시 의림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보여준다.

의림지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세종실록(世宗實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을 비롯한 각종 역사서와 여지도서(輿地圖書), 제천현지도(堤川縣地圖), 청구도(靑邱圖),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등 조선시대 고지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시 『세종실록』 지리지 기록을 살펴보면, `큰 방죽이 한 곳 있으니, 현의 북쪽 6리에 있는데, 의림제(義林堤)라 한다.[길이 530척이며, 논 400결(結)에 물을 댄다.]라고 되어 있다.

당시 제천의 논 면적은 약 560결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제천 논의 70% 이상이 의림지를 활용해 물을 댄 것으로,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건설 장비도 없었던 과거에 이처럼 거대한 인공 저수지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였다는 것은, 얼마나 물과 농업을 중요시하였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의림지가 단지 시설로써만 중요하였던 것은 아니다. 의림지는 호수와 그 제방을 따라 쭉 펼쳐진 숲, 그리고 주변의 정자 등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인근을 유람할 때 빠지지 않는 장소였다. 이는 조선 후기 이방운(李昉運)이 그린 서화첩 「사군강산참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의 의림지 그림 속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네모지게 그린 의림지 주위로 소나무를 아름답게 두르고, 호수 한가운데에는 나룻배 한 척을 그려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한껏 묻어난다. 그림만 보아도 가보고 싶어지는 느낌이랄까.

이곳은 현재에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매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가면 더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 싶다.

조금 낡았지만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한 놀이기구부터,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즐기는 빙어낚시 경험까지! 한창 즐기다 추워지면, 의림지 역사박물관을 관람하며 언 몸을 녹일 수도 있다. 2019년에 개관한 의림지 역사박물관은 의림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상설전시관과 어린이 체험실도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쯤은 꼭 방문해 볼 만하다. 또 최근에는 의림지의 관련 설화 등을 재해석해 미디어 파사드쇼도 상영된다고 하니, 의림지 낮과 밤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러 살짝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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