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청주 내 음악의 뿌리… 그리움으로 담겨”
“고향 청주 내 음악의 뿌리… 그리움으로 담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11.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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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
박영희 작곡가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청주서 초연
작품 속 한국전통음악 영역 세계로 … 이달말 곡 완성

“고향인 청주는 내 음악의 뿌리입니다. 남문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청주라는 공간과 사람들, 추억 등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음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유럽 현대음악계의 대모로 평가받는 박영희 작곡가(77·사진). 여성·동양인 최초로 2020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은 그가 코로나19로 2년 만에 청주를 방문해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이번 방문은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을 작곡한 그는 12일 초연무대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먼 길 마다치 않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은 4년 전 기획돼 지난 6월 곡을 완성하고 마지막까지 수정할 정도로 애정이 큰 작품이에요. 고향인 청주에서 사상 첫 초연이라는 점도 저에겐 뜻깊은 일이죠. 음악 작업하면서 행복했어요. 그런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9살에 독일로 유학 간 뒤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음악인이 되었지만, 그가 훌륭한 작곡자로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작곡가가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에요. 10살 때 전쟁으로 두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불러 드렸어요. 학교 강당에 피아노 한대가 있었는데 수위아저씨가 문을 열어두는 방법으로 새벽마다 몰래 가서 피아노를 쳤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하늘에서 듣고 계실 거라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어 들려 드렸어요. 그리움으로 시작한 작곡이 지금의 제가 된 거죠.”

고향을 떠나 고향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그의 말처럼 곡을 보면 한글 제목이 많다. 또 작품 속에 한국 전통악기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서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내 것을 알아야 남의 것도 잘 알 수 있어요.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의 음악을 깊이 배우게 되면서 우리 것과 다른 것으로 갈래 지을 수 있었어요. 서양에서 작곡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음악에 대한 사랑을 곡으로 표현했기에 새로웠던 거죠. 결국, 음악도 사랑입니다”

이름 앞에 최초라는 수식어만큼이나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박영희 작곡가.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전통음악의 영역을 세계로 넓혀가는 그는 이달 말 독일로 돌아가 동양 정서가 담긴 곡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편, 박영희 작곡가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독일에서 유학했다. 1978년 스위스 보스빌 작곡 콩쿠르와 1979년 유네스코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교향곡 `소리'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2020 베를린 예술대상, 국민훈장 석류장,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대원음악상 특별공헌상을 받았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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