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공무원 ‘시보떡’ 문화
변화된 공무원 ‘시보떡’ 문화
  • 박연희 청주시 옥산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1.11.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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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희 청주시 옥산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박연희 청주시 옥산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시보떡으로 인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안타까운 한 신입 공무원의 사연이 올라왔다. 이 사연으로 인해 시보떡 관행이 큰 논란으로 불거졌다. 사연을 살펴보면, 경제 사정이 좋지 않던 신입 공무원이 시보떡으로 백설기를 돌렸는데, 이를 탐탁지 않아 했던 옆 팀 팀장이 쓰레기통에 떡을 버렸으며, 신입 공무원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백설기를 본 것이다. 신입 공무원은 너무나 서러운 마음에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을 하게 되면, 공무원 임용후보자로서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그 적격성을 판정받기 위해 6개월간의 `시보 기간'을 거치게 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 시보 기간을 끝낸 신입 공무원들이 `시보떡'이라는 것을 돌리는 시보떡 문화가 있다. 정식 공무원이 되는 과정 동안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는 명목이지만, 그냥 당연히 돌려야 한다는 식의 관행으로 남아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치만 보던 시보 기간을 거쳐 힘들게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었지만, 이러한 시보떡 문화로 인해 신입 공무원들 사이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옆 팀 등에 떡이나 빵, 과일 등 한턱을 내야 한다는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압박도 크다고 한다. 직장으로 치면 승진턱과 비슷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신입 직원에게 한턱을 강요하는 문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해라 라는 꼰대들 정말 싫다', `진짜 이런 악습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정당하게 시험 봐서 합격한 건데, 뭐가 고마운 건지'등 부정적인 의견이 매우 많다. 이러한 한턱을 강압적으로 강요한다면 이는 당연히 폭행 및 협박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한턱의 압박이 암암리에 일어진다는 것이다. `어디 부서 신입이 시보떡을 돌리지 않았더라', `관행도 모르는 직원이 들어왔다'등 직원들 사이에서 뒷말이 오고 가며, 눈치를 주거나 심하면 무시하는 등 왕따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시보떡'논란으로 공직 직장마다 `시보떡'근절 조치가 따랐다. 인천의 한 구청에서는 시보 딱지를 뗀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축하 케이크를 돌렸다. 경기도 지자체에서는 시장의 격려문이 동봉된 축하떡이 전달됐다. 또 다른 경기도 한 구청에서는 새내기들에게 모니터 메모보드, 메모바인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이전 근무부서인 흥덕구 주민복지과에서도 시보 해제된 새내기들에게 떡 케이크, 꽃다발 등을 선물해 주었다.

공직사회 내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위해 청주시를 비롯한 공무원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규직원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선배 공무원들이 많은 도움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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