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1.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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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요즘 `오징어게임'이 화제다.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이 드라마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456명의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456억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그야말로 극한의 생존 게임이다. `오징어게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살을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이니 마지막 한 사람만이 탈 수 있는 상금을 위해 죽음을 저당 잡힌 채 게임을 이어 나간다. 게임에서 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어릴 적 즐겼던 놀이였다.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술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모두가 어린 시절을 불러오는 추억의 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고 즐거운 놀이가 사람을 죽게 만드는 도구로 둔갑했다. 돈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도박처럼 기꺼이 내놓고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를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현대 사회가 불러온 경쟁의 사회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얼마 전 `오징어 게임'주연배우 이정재가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오징어 게임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으로서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잊었던 것인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었는데 몰랐는가? 등을 자문하게 된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분명 재미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이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마도 `오징어 게임'안에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우연하게도 얼마 전 자신의 욕망과 삶을 바꾼 소설을 읽었다. 바로 《나귀 가죽》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오징어 게임'이 겹쳐지곤 했다.

1830년 10월의 어느 날 오후, 20대 후반의 젊은 귀족 라파엘은 유일하게 남아 있던 금화를 도박장에서 잃고 절망에 빠져 자살을 결심한다. 라파엘은 실행에 옮기기 전 수수께끼 같은 골동품상 노인에게서 신기한 힘을 발휘하는 나귀 가죽 한 조각을 얻는다. 나귀가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었다.

`만일 그대가 나를 소유하면 그대는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그대의 목숨은 나에게 달려 있게 될 것이다. 신이 그렇게 원하셨느니라. 원하라 그러면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대의 소망은 그대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대의 목숨이 여기 들어 있다. 매번 그대가 원할 때마다 나도 줄어들고 그대의 살날도 줄어들 것이다. 나를 가지길 원하는가? 가져라 신이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다. 아멘!'

그 후 라파엘은 나귀 가죽 속에 씌어 있던 주문처럼 욕망을 했고, 부자가 되었고, 결국 나귀가죽이 작아지자 죽음을 맞는다.

`나귀 가죽'의 주인공 라파엘도 절망에 빠져 자살을 실행하기 직전 골동품 가게에서 `나귀 가죽'이란 욕망의 물건을 얻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귀 가죽'이 걸려 있던 맞은편에는 `예수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동심을 이용한 `오징어 게임'이나 `예수'의 신성성을 이용한 `나귀 가죽'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유사성이 섬뜩했다.

현대 사회에서 `성장'은 욕망을 앞장세운다. 욕망 없이는 그 어떤 발전과 성장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극한 경쟁의 시대에 그 어디에도 설 수 없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손잡아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그런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징어 게임'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도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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