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공무원도 `사람'이다
경찰·소방공무원도 `사람'이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10.04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이주현 취재팀(차장)
이주현 취재팀(차장)

 

“외근할 때가 좋았나요, 내근할 때가 좋았나요?”

경찰·소방공무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물어보는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반이다. 성향 차이가 분명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외근이든 내근이든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경찰·소방공무원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국정감사 자료를 접했다.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어도 직장 안팎에서 낙인이 찍힐까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우울증 진료를 받는 충북 소방공무원은 2016년 18명에서 2020년 3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료를 받은 충북 소방공무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9명이다.

또한 최근 5년 동안 5명이 세상을 등졌다. 우울증과 가정불화 등이 이유로 분석된다.

충북 경찰공무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우울증을 겪고 있던 충북 경찰관은 34명이었지만 △2017년 44명 △2018년 39명 △2019년 51명 △2020년 5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경찰공무원도 매년 발생했다.

△2016년 1명 △2017년 2명 △2018년 1명 △2019년 0명 △2020년 1명 △올해 8월 기준 1명 등 6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통계 자료를 100% 신뢰하진 않는다. 분명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소방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퇴근을 해도 일이 집까지 따라온다. 경찰은 사건 하나 맡으면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나고 소방은 각종 현장을 마무리했어도 당시 현장 상황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눈앞에서 동료를 잃은 날에는 죄책감과 슬픔이 온몸을 지배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경찰·소방공무원들 스스로가 마음 치료를 제때 받는 것 못지않게 바뀌어야할 시선이 있다. 그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타 직업보다 도덕적·신체적으로 높은 능력 기준이 요구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감정이 없어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아니다. 그들도 현장에서 똑같이 두려움을 느낀다. 다만, 사명감 하나로 티를 안 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