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영아유기, 출산도 사회의 몫이다
늘어나는 영아유기, 출산도 사회의 몫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8.30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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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에서 신생아가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25일 청주의 한 식당 음식물쓰레기통에 갓난아기를 버린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경찰은 CCTV로 친모를 찾아 영아살해미수 협의로 구속했다.

탯줄을 그대로 단 채 사흘만 구조된 갓난아기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 각지에서 갓난아기를 응원하며 후원을 자처하고 있지만, 태어나자마자 맞닥뜨린 죽음의 고비 앞에 여린 생명이 걸어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더구나 오염된 쓰레기통에서 사흘을 견딘 갓난아기를 친모의 가족들마저도 키울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 처지다.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엄마가 붙잡히던 날, 인천에서는 갓난아기를 버린 또 다른 엄마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갓 태어난 아기를 종이박스에 담아버린 20대 엄마에 대한 판결로, 인천지방법원은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20대 엄마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사는 “범행의 내용을 보면 죄책이 무거우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해 저지른 범행이란 점, 범죄 전력이 없고, 나이가 어린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두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영아 유기사건은 많다. 무궁화호 열차에서 아기를 낳고 나서 20대 친모가 달아났던 사건도 있었고, 중고 물품거래소에 아기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사건도 있었다.

핏줄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영아유기 사례들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영아유기사건은 1271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2019년에만 183건이 발생해 2014년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해 평균 갓난아기가 유기되고 있는 건수만도 130건에 이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친모에 대한 비난과 반인륜적인 행태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한층 높아진다. 하지만, 영아유기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무책임하다는 말로, 반인륜적이다는 말로 친모에게 굴레를 씌우거나, 양육의 책임을 강제해선 안 된다.

사회적 지탄 속에 자식을 버린 비정한 부모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과연 미혼모라는 부정적 사회 시선과 경제적 무능과 압박을 견디고 원치 않았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어린 엄마가 몇이나 될까. 엄마가 될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되어버린 상황도 그렇고, 생각이나 사회적 포지션도 빈약한 10대, 20대 여성들이 아무런 방편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감당하기 두려운 현실이다. 오죽하면 혼자 낳고, 탯줄도 끊지 못한 아이를 버리겠는가.

생명을 함부로 한 죄책은 크지만, 비난보다는 그들이 최악이 아닌 차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주는 일도 사회의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키우고 싶어도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미혼모에겐 육아할 수 있도록 돕고, 키우고 싶지 않은 미혼모에겐 좋은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건강한 출산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은 미혼모나 미혼부에 대한 정책이 현실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출산을 걱정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제화할 때 국가 미래인 저출산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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