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을 향한 쩐의 전쟁
표심을 향한 쩐의 전쟁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8.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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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진다.

내년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붓는 돈과의 싸움이다.

실현가능성은 뒷전이다. 어차피 내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갈 것도 아니고 국민 세금으로 인심을 쓰는 데 야박할 필요가 없다.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수만 있다면 경쟁자보다 더 많이 통 크게 공약을 내건들 누가 말리겠는가.

피차 지키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을.

후보자들은 취약한 연령층에 특히 공을 들인다.

출마자들이 공개한 공약을 들여다봤다. 가관이다.

힘없는 사람에겐 힘을 실어주고, 특권과 차별 없는 나라,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데 공약엔 상식이 필요 없다.

더불어민주당 본 경선 기호 1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기호 2번 김두관 의원은 사회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출발점을 맞추기 위해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3000만원을, 20세 청년 모두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고, 청년들이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상속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세 가지 공약을 이행하는 데 드는 예산은 무려 10조다. 기호 3번 정세균 전 총리는 임기 중 280만 호 공급과 현행 세제유지로 가격을 안정시키고,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기호 4번 이낙연 전 총리는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군 전역 장병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원 지급을, 기호 5번 박용진 의원은 온국민행복배당시대를 약속했다. 기호 6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조원 규모의 청년 평화기금 설치를 공언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 공약도 다를 게 없다.

10여 명이 출마자 공약 역시 돈과의 전쟁이다.

한 후보는 디지털혁신인재 100만명 양성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약속했고, 또 다른 후보는 만 18세가 되는 청년에게 1인당 2000만원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청년교육카드 제공과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 학습기인 AI 튜터를 지원하겠단다.

여야 후보 모두 부모 찬스, 조부모 찬스 대신 국가 찬스를 쓰게 하겠다는 데 그 돈 역시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

후보들 말대로 집도 주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니게 해주고 청년들에게 수천만 원씩 준다는 데도 달갑지 않다.

여전히 청년들은 공무원을 꿈꾼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 총인구 879만9000명 중 비경제활동인구 수는 448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일명 공시족은 32.4%로 전년(28.3%) 대비 4%포인트 증가해 10명 중 3명 이상에 달했다.

대학생들은 캠퍼스 낭만보다는 취업공부에 매달리지만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

이러니 대학생 5명 중 2명은 휴학을 희망한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470명을 대상으로 2학기 휴학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4.4%가 휴학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휴학 이유로는 자격증 취득 공부를 위해(39.5%)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대선 후보들이 내건 공약대로 하면 국민은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는다.

그런데도 UN에서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61위다.

대선 후보들은 쩐의 전쟁을 벌이기보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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