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정치인' 유권자가 심판해야
`철새 정치인' 유권자가 심판해야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8.2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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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청주 서원선거구(옛 청주 흥덕갑 포함)에서 17~20대 내리 4선을 한 오제세 전 국회의원이 23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지 17일 만이다.

오 전 의원은 이날 입당 환영식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폭정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면서 “정권교체는 국민 모두의 열망이고, 필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민의 열망,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저도 작게나마 정권교체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역설했던 정치인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치가 지금 어느 정도 심각한 도덕적 타락에 빠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1월 9일 충북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며 충북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3년 반 만에 상황변화는 없는데 그의 주장은 정반대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간 크게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에선 문 대통령을 향해 불통과 독선이 문제라며, 쉬지 않고 협치를 외치고 있을 정도다.

변한 게 있다면 오 전 의원의 처지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나섰으나 이시종 현 도지사에게 패해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

2020년 총선에선 중앙당 평가에서 현직 국회의원 중 하위 20%에 포함돼 공천배제가 되면서 강제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오 전 의원이 지난 6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밝힌 탈당의 변도 지난 총선 당시 공천배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 게 주요골자였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 공천배제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했으나 당의 만류로 보류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1년을 지내왔는데 당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한 대목에선 연민(?)의 정마저 느껴졌다.

오 전 의원의 말을 뒤집어보면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면 탈당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적 변경과 향후 활동방향이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에 있다면 그건 큰 문제다.

오 전 의원보다 먼저 `철새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정치인들을 그토록 여론에서 비판했는데도 또 버젓이 기자회견을 갖고 당적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싶은 의욕도 잃어버렸을지 모른다.

여기에 오 전 의원의 소신 없는 행보도 문제지만, 이런 정치인의 입당을 선뜻 받아준 국민의힘도 문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앞으로도 국민의힘의 문호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겠다. 진심으로 환영하고, 앞으로 동지로서 꼭 뜻하는바 성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호가 열려 있다는 것이 포용정책이 아니라 구시대 정치인력의 `잡동사니화'가 돼서는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이 같은 세 불리기는 결코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증명됐다.

오 전 의원에게도 묻고 싶다. “만약 국민의힘에서도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오 전 의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지 않아도 당의 발전과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인가?”

한 나라의 정치인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와 국민에게 달려 있다. 내년 양대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철새 정치인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때만 되면 나타나는 몹쓸 `철새병'을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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