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축제·행사도 유통돼야
예술·축제·행사도 유통돼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8.23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유통하면 경제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돈'이라는 자본을 떠올린다. 사전적 의미로 유통은 `재화나 용역 따위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라고 적시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용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인류의 역사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불문하고 풀어야 할 중요한 핵심과제임을 생각한다면 유통은 삶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랫동안 경제용어로 인식되었던 유통이 요즘 사회용어로 바뀌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지구촌을 비대면사회로 급격히 변화시키면서 유통구조는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과 개인주의를 극복하고자 공동체 회복을 기치로 삼았던 많은 나라가 전염병에 밀려 비대면사회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유통구조는 사회와 연결되는 중요한 창구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안전한 사회의 한 방안으로 비대면을 강화하는 사회분위기는 새로운 방식의 유통문화를 확대해 가고 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기세는 꺾일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여름이면 좋아지겠지, 라던 생각이 얼마나 빗나갔는지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확진 자 수가 말해주고 있다. 이젠 가을이면 나아지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도 섣불리 할 수 없게 됐다. 팬데믹 사태가 2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닫혔던 공연장을 방역지침에 맞게 열고, 전시장도 인원을 제한해 관람을 유도하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은 고스란히 빈자리로 돌아왔다. 예술 열정과는 반대로 무대를 할수록 가난해지는 구조가 된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예술시장 탓에 관객 없는 무대를 꺼리는 예술인이 늘었고, 자신의 예술활동에만 전념하자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예술이 관객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게 사실이다. 철저하게 관객과의 만남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던 예술행위들이 감염병 확산으로 중단되면서 새로운 유통방식을 찾는 것이 모두의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관객을 앞에 두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예술소비를 바꾸려면 기술 못지않게 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과 우수 예술의 결합은 극소수의 예술인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가난한 예술인이나 지역의 예술계가 감당하기엔 예산의 규모가 너무 크다. 예술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내기에는 지역예술계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 현실을 활용하는 메타버스 시대에 지자체가 앞장서서 예술의 유통구조를 만드는데 앞장서지 않는 한, 지역예술은 제자리걸음에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이 지난봄에 가을로 연기했던 축제나 행사를 취소한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지역의 농특산물을 연계해 온라인 축제로 축소해 진행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가을 축제를 기다리던 예술인들의 바람과는 달리 개최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작은 무대 기회마저 박탈되었다.

위기일수록 공공의 영역에서 예술활동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면 지역예술은 설 자리가 없다.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야 하는 예술계의 고심만큼 공공의 영역에서도 유통에 따른 해법을 찾는 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