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보다 메이웨더 스타일로
타이슨보다 메이웨더 스타일로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8.08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정운영을 조목조목 비판한 `시무(時務) 7조'를 올려 화제가 됐던 분을 지난달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두 명의 권투선수를 비교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 답을 유도한 질문이긴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즉각 “타이슨이 내 스타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처가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구설과 비난에 시달리던 그에겐 특유의 맷집으로 상대의 공격을 견뎌내다 한방으로 승부를 내는 타이슨의 저돌적 스타일에 끌렸을 것이다.

요즘 윤 전 총장은 이 타이슨 전법 실천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쇄도하는 공격을 묵묵히 감내하는 강건한 모습을 보다 확실하게 보이고 싶었는지 스스로 자신을 공격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며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됐다”고 말했다가 진땀을 빼는 중이다. “먹으면 병이 걸리거나 죽지않을 정도의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은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이상한 규제 완화론을 펼쳤다가 코너로 몰리기도 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돈이 없어 부정식품을 먹어야 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야 했다.

페미니즘을 저출산 문제와 연결했다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샀고,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으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가 지역주의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입만 열었다 하면 사달이 벌어지니 캠프에서는 그의 입을 관리할 `레드팀'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당 밖의 공방전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인지 내부로도 전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당의 공식행사에 잇달아 불참해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와 반목이 깊어지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다른 후보들은 멸치나 고등어에 빗댔다가 당내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마이크 타이슨은 최연소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자 최초로 WBC, WBA, IBF 등 3대 복싱연맹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불세출의 복서다. 37전 전승을 기록하며 절정을 구가하던 그는 1990년 한 무명 복서에게 패하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도전자인 제임스 더글러스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훈련을 게을리 한채 링에 오른 타이슨은 무수한 펀치를 허용하며 버티다가 10회 KO패를 당했다. 그는 이후 패배를 거듭했고 전성기로 복귀하지 못했다. 한방을 믿고 맞아가며 싸우는 `우직한' 스타일의 종말은 이렇게 우울했다.

그래서 윤 전 총장에게 이젠 메이웨더 스타일로 전환할 것을 권하고 싶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슈퍼페더급, 라이트급, 슈퍼라이트급, 웰터급, 슈퍼웰터급까지 5체급 세계 타이틀을 차례로 석권한 복서다. 5체급 챔피언을 거치며 거둔 50전 50승 무패의 기록은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전설로 꼽힌다. 앞서 누군가 언급한 대로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방식으로 올릴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상대를 파고들어 펀치력으로 승부를 내는 인파이터가 아니라 기술과 스피드로 상대를 요리하는 아웃복서이긴 했다. 해서 정면승부를 꺼려 경기에 김을 뺀다는 조롱도 받았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무패의 기록과 5체급 석권은 그런 야유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 전 총장은 타이슨에게서 아무리 괴력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됐다. 상대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지않아 맞지 않으면서도 냉정하게 승리를 관철하는 메이웨더 스타일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이젠 유권자들도 실패와 위기를 딛고 서는 굴곡진 정치보다 실패하지 않는, 그래서 위기도 초래하지 않는 실속의 정치를 보고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