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사곡리 末世 우물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증평 사곡리 末世 우물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 명승렬 충북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 승인 2021.06.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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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명승렬 충북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명승렬 충북문화재硏 조사연구3팀장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팬데믹이 불러온 대혼란에 빠진 지 어느덧 2년이다. 역사상 처음 겪는 전 인류에 대한 동시다발적 위기 속에 많은 것이 멈춰 섰다. 국내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지루하고도 고된 싸움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역사적으로도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는 종말론을 비롯한 각종 유언비어가 판을 쳤다. 코로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고, 불안한 사람들의 입방아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2000년 밀레니엄 종말론, 고대 마야의 달력을 근거로 한 2021년 12월 21일의 지구 마지막 날 설 등등,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유언비어가 예언이란 이름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남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기를 원했고, 그래서 미래를 알려주는 어떤 신묘한 대상을 찾으려 한다.

충청북도에도 그런 신묘한 대상이 있다. 그 주인공은 용한 무속인도 저명한 예언가도 아닌, 증평군 사곡리 사청마을에 위치한 평범한 우물이다. 현재 충청북도 기념물 143호로 지정된 이 우물은 1456년경 즈음에 마을 공동우물로 조성되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우물이지만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신성시 여겨 1년에 2번 우물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성껏 제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겉모습만 보기엔 다른 우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우물이 왜 그리 특별한 걸까? 그건 이 우물에 얽힌 한 전설 때문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노승이 사청마을을 지나다 한 집에 들러 물을 청했는데, 마을에 우물이 없어 그 집 아낙이 10리가 넘는 길을 오가며 물을 떠다 주었다. 노승이 아낙의 노고에 감복해 보답하고자 우물터를 찾아주었고, 그 터를 닷새 동안 파내러 가자 맑은 물이 솟아올라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우물이 완성되기 전 그 노승은 하나의 예언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우물이 넘칠 때마다 나라에 큰 변이 일어나는데, 세 번째 넘치는 날에는 말세(末世)가 될 것이니 그때 마을을 떠나시오.”

이런 까닭에 증평 사곡리 우물은 `말세우물'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을 갖게 되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 우물은 지금까지 두 번 넘쳤는데 그때마다 나라에는 큰 위기가 닥쳤다고 한다. 첫 번째는 1592년 임진왜란, 두 번째는 1910년 경술국치 때였고, 6·25전쟁 때에는 우물의 수위가 오르긴 했으나 넘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노승의 말처럼 우물이 넘칠 때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생겼으니, 그 신통함에 놀라울 따름이다.

전설 속에도 참 다행스럽게 세 번째 우물이 넘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류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지금도 증평 사곡리 우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설에 빗대어 본다면 이건 비록 지금 전 인류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두의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낼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는 아닐까?

그래, 증평 사곡리 우물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 고비도 잘 견뎌내고 또 극복해 나갈 것이며, 언제 그랬느냐는 듯 툭툭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내달릴 것이다. 언젠가 세 번째 우물이 넘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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