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 승인 2021.06.01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청주에서 여중생 2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죄스러운 마음이 앞서고 학생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라도 하고싶다.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으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람들은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두고 경찰, 검찰, 교육 당국 등이 대처를 소홀히 해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당국이 즉각적인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도 한다. 또 위기 관리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계부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였고, 11만여 명의 사람들이 동의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문제 제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 저런 말과 행동들이 나에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이미 어린 학생들은 이 세상에 없고,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그 아이들이 살아 돌아와 우리 앞에 나타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 하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저런 행동과 말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후의 발생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해야 하고 예방을 위해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사건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을까? 예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이라도 했더라면 어린 학생들이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자책감이 몰려온다. 모든 것이 우리 어른들 탓이고 내 탓인 것 같다. 아니 내 탓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보여주고,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신뢰를 보여줄 수 있었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저런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다. 다른 만큼 고민도 다양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아이는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표현하고 고민을 해결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속으로는 온갖 고민을 다 안고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하거나 계속 고민을 감추고 생활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같은 고민이 있어도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우리는 쉽게 말을 한다. “그런 고민이 있었으면말을 하지 그랬어”라고 말이다. 이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더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고민을 말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하고, 내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허리를 굽히고 몸을 낮추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표정이 보이고, 몸짓 하나 하나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다가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한걸음 아이들 앞으로 다가가 아이들이 우리의 체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아들 딸이라 생각하고 한 발짝만 더 다가서자. 그래서 교육이 바로 선 세상을 만들자. 그래야만 최소한 아이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예방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