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고교 학점제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이제 고교 학점제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여기서는 고교 학점제를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현재 고등학교는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고교 학점제로 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고교 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더 확대, 심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볍게 생각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선택중심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철저히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지 않는다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고교 학점제라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파도에 휩쓸려 가야 할 방향을 상실한 채 허우적대다 결국 바다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선택중심 교육과정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는 교사에게 수업 준비, 평가,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특기사항 작성 등에서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부담은 결국 수업 준비 소홀, 평가 오류 및 평가의 적절성 문제 발생,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특기사항 작성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나 진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음은 교사, 강사의 확보 문제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다 보면 어떤 과목은 선택한 학생 수가 적을 수 있고, 그 과목은 가르칠 교사나 강사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분야의 박사급 전문가를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로 위촉하여 그들에게 수업을 맡길 수 있다고 보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수업을 잘한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신규 교사를 채용할 때 수업 시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떠올리면 충분히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동수업과 합반 수업, 공강의 발생에 따른 학생들의 관리 문제이다. 학생들이 이동하고 합반 수업을 할 경우 매번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학생들이 늦게 수업에 들어오거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결석인지, 그 수업만 빠진 것 즉, 결과인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또 공강이 발생할 경우 아이들은 특정 장소에서 자습을 해야 하는데 자습을 하지 않고 학교를 배회하거나 무단 외출을 할 경우 이를 관리할 방법도 없다.
다음은 정형화되어 있는 학교 공간의 재배치 문제이다. 현재의 학교 공간은 일정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형태를 띠고 있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교실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는 고교 학점제의 시행에 앞서 학교 공간의 획기적인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교실이 있어야 하고 그 숫자도 학생 수 대비 지금보다 많은 수의 교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학교 공간의 재배치를 위해선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외에도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운영은 반 편성 문제, 시간표 운영 문제, 교원 간의 수업시수 불균형 문제 등 너무 많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있는 만큼 우리는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문제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그러면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여 악화를 염려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더 악화가 염려됨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여 교육정상화를 이루려고 하는 것인지
누가 봐도 후자 아닌가!
새로움이라는 것은 기존 것에 문제가 있기에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기존부터 잘 되었다면 왜 새로움이 제시되겠는가!
다시 말해, 지금의 교사들이 자처한 것이다. 똑바로 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