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
  • 심영선 기자
  • 승인 2021.05.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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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영선 부국장(괴산증평주재)
심영선 부국장(괴산증평주재)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

푸불릴리우스 시루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첫 걸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농부가 곡식(농작물)을 수확하기에 앞서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이 무엇인가/

밭을 갈고, 고랑을 만들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야 훗날 그 씨앗이 열매를 크게 맺고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괴산군은 사리면 일대에 추진하려는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조성과 연계해 지역주민들과 찬·반 여론이 팽배한 상태다.

즉 씨앗을 뿌릴 고랑을 일구고, 열매를 맺기에 앞서 밭고랑도 만들지 못한 채 군과 주민들 사이엔 갈등만 잔뜩 쌓인 형국이다.

군은 사리면 사담·소매·중흥리 일대 약 170만㎡(51만평)에 3253억원을 들여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엔 반도체, 2차전지, 태양광, 뷰티, 식품 등 충북 우위산업과 연계한 기업을 유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확고하게 드러났다.

7만229㎡ 면적에 180만2000㎥에 달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가 그 주된 이유다.

결국 주민들은 군이 앞서 진행한 설명회에서도 반발했고, 지난 18일엔 군의회를 항의 방문해 반대 입장도 분명하게 전달했다.

반면 산단 조성을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축사 악취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를 함축하면 현재의 상황은 삼각구도도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는 곧 지역 주민들 사이에도 산단 조성에 따른 찬·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지역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군정이 자칫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주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군정을 비난하고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안되면 돌아가라'는 속언도 있다.

이 사업을 시행하는 군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지혜와 슬기도 필요하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충분해 보인다.

군이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면 먼저 주민들과 서로 통하면서 그들의 힘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군정이 `물 흐르 듯' 진행되면서 군과 주민들의 이익이 함께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할 때다.

`낮은 곳에서 출발해 높은 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다시 찾고 시행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미래지향적 처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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