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그래도 우리는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3.31 2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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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우리, 우리는. 언제 들어도 좋은 정겹고 포근한 말입니다.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아들, 우리 동네, 우리나라처럼.

이처럼 너와 나 그리고 모두가 우리이며 나와 너뿐 아니라 모두의 것이기도 한 게 바로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라고,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아무튼 제게 우리는 각별한 존재입니다. 존재의 원천이며 삶의 의미가 그 속에 담겨있어서 입니다.

그런 우리가 있어 오늘의 내가 있고 그런 우리가 있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삽니다.

하여 사랑하는 우리 님들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우리'라는 두 글자가 아름답게 수놓아진 노래 두 곡을 조용히 음미해보시기 바라면서.

먼저 1983년 송창식이 짓고 노래한 `우리는'입니다.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도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그렇습니다. 우리는 연인입니다.

불가의 가르침대로 전생에 업보가 있어서 인연이 되었고 우리로 맺어졌으니까요.

그래요. 인연을 거꾸로 하면 연인이 되지요. 인연을 연인처럼 소중히 할 때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함의이지요.

진정 그리되면 노랫말처럼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고,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으며,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도 알 수 있는 우리가 됩니다.

다음은 1986년 이진관이 짓고 노래한 `인생은 미완성'입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 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 /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 /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그래요. 인생은 미완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는 날까지 인생이란 편지를, 인생이란 그림을, 인생이란 조각을 쓰고, 그리고, 새겨야 합니다. 곱고 아름답게.

사랑도 미완성입니다. 부르다 멎는 노래이기에 사랑이 다할 때까지 아름답게 불러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데 요즘 우리들의 삶이 몹시 고단하고 위태위태합니다.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몰라 1년 3개월이 넘도록 마스크를 쓰고 살얼음 위를 걷듯 힘겹게 살았으니까요.

명절인데도, 부모님 생신인데도 마음 편히 한자리에 함께할 수 없는 우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예방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호전될 기미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어줍은 비대면의 삶을 상당기간 지속해야 할 것 같아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LH임직원들의 개발지역 땅 투기 사건이 웅변하듯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말미암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벌이가 시원찮은 1주택자들은 세금 낼 걱정이 태산이고 집 없는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져 몹시 허탈해합니다.

반성과 정책대결은 간데없고 상대후보 흠집 내려는 네거티브만 요란한 작금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우리를 더욱 좌절케 합니다. 아니 구역질이 납니다.

장차 나랏빚을 갚아야 할 우리 청년세대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채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애써 희망을 노래하면서.

4월 첫날입니다. 황무지도 아닌 대한민국이 자꾸만 잔인한 4월로 가는 것 같아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나서야 합니다. 사랑이고 희망인 우리가.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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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2021-04-01 07:34:38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