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으며
봄을 맞으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3.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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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어느새 3월하고도 4일입니다.

이틀 전 봄을 시샘하듯 봄을 액땜하듯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려 큰 고초를 겪었지만 내일이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봄기운에 화들짝 놀라 튀어나온다는 경칩입니다.

그렇듯 겨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봄이 밀물처럼 우리 곁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연이어 터진 안타까운 산불 소식과 봄의 전령사인 화신들의 북상 소식이 이를 증거 합니다.

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멈춰버린 일상이 그렇고, 얼어붙은 사회 경제 문화가 그렇고, 꿈과 희망을 내려놓는 청춘들의 좌절이 그렇습니다.

문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이상화 시인의 저항시가 뇌리를 스칩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라는.

조국 광복의 염원을 담은 이상화 시인의 피맺힌 절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피멍든 이 땅에도 봄은 오는가'로 오버랩 되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봄은 희망이고 광복입니다. 빼앗긴 들을 되찾아야, 빼앗긴 일상을 되찾아야 진정한 봄인 거죠.

선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끝내 빼앗긴 들을 되찾아 옥토로 변모시켰듯이 작금의 세대들도 빼앗겨버린 일상을 보란 듯이 회복하여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복지국가로 우뚝 서게 해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봄은 코로나 창궐 후 두 번째 맞는 봄입니다. 그런고로 코로나에 무방비로 휘둘린 지난봄과는 확연히 달라야합니다.

지난봄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1년간의 학습효과도 있고 극기하는 내공도 쌓은 만큼 보다 효율적으로 사태수습하고 종식시켜야 합니다.

민·관·정이 하나 되어 희망의 노를 저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세계 유명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백신들이 국내에 반입되고 있고 2월 26일부터 대국민 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문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방역과 재난지원금 등을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 승리와 차기 대선의 재집권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과 냉소주의입니다.

이를 불식시키고 코로나를 반드시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합니다.

아무튼 봄입니다.

봄은 `볕'을 뜻하는 `부(夫)'에 명사형 접미사 `옴'을 붙인 `햇살이 따사로워지는 계절'이란 의미와 `보다'에서처럼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절'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날이 따뜻해져서 만물이 새롭게 도약하고 생동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벌 나비가 춤을 추는 `볼거리(봄)가 많은 계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봄은 춘경(春耕)하고 파종(播種)하는 생명의 계절이자 생산의 계절입니다.

이처럼 봄은 영어의 spring, springtime처럼 `뛰고 움직이는 약동(躍動)의 계절'이라는 활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좋은 봄날에 마스크 쓰고 걷는 게 몹시 언짢긴 하지만 그래도 봄 햇살을 받으며 걸을 수 있다는 걸 축복으로 여기며 무심천 수변 길을 걷습니다.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처럼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김용택의 시 `봄봄봄 그리고 봄'처럼 걷다 보니 초로가 소년이 됩니다. 발걸음도, 시선도, 마음까지도.

초봄입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언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고 고목나무에도 새순이 돋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의 시린 가슴에도 새순이 돋아나고 고운 꽃도 피면 참 좋겠습니다.

하여 곁에 온 봄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합니다.

이번 봄이 코로나를 물리치는 백신 같은 봄이기를 희원하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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