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立石)
선돌(立石)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10.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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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선돌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큰 돌을 인위적으로 세운 것으로 입석(立石), 입암(笠岩·立岩)으로 불린다. 고인돌, 돌널무덤과 함께 큰돌문화[巨石文化]의 한 요소를 이룬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걸쳐 분포하며 시간성과 역사성이 길고 넓다. 선돌의 건립시기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청동기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오랜 시기에 걸쳐 세워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조사된 선돌은 207기이다. 금강유역에 173기, 남한강유역에 34기로 큰 차이를 보이며, 금강유역 중 보은, 영동, 옥천에 집중(109기)되어 있음이 주목된다. 크기와 형태, 부르는 이름에서도 차이가 있어 금강과 남한강유역이 큰돌문화에서 서로 다른 문화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돌의 분포는 남한강, 금강의 큰 물줄기보다는 지류나 작은 내를 끼는 내륙 쪽의 마을 어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선돌이 서 있는 양상은 홀로 서 있는 것, 짝을 이루며 서 있는 것, 선돌과 돌탑의 복합형태로 서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선돌은 짝을 이루며 세웠고, 선돌과 돌탑의 복합형태는 많지 않으나 마을 가까운 어귀에 있으며 선돌보다 돌탑이 중심이 된다. 선돌의 크기는 100~200㎝가 대부분이며 50㎝ 미만의 작은 것과 3m가 넘는 것도 있다.

선돌을 부르는 이름은 성(性)과 관련된 것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할미 바위, 숫돌, 암돌, 신랑, 각시, 숫바위(돌), 암바위(돌), 아낙네, 큰부인, 작은부인, 어미돌, 아들돌,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이 있다. 기능과 관련된 이름으로는 수살, 수구 맥이(막이), 장승, 서낭바위, 탑, 미륵, 미륵댕이 등이 있고, 형태와 관련된 이름은 선돌뱅이, 삿갓 바위, 선바위, 독작, 돌벙거지, 좆바위, 거북바위 등이 있다.

특히 선돌을 의인화하여 성과 관련시켜 부르는 이름이 많다. 이러한 성 구분과 선돌의 형태를 비교하면 위 끝이 뾰족한 형태의 선돌을 남성으로, 위 끝이 편평하거나 둥근 형태의 선돌을 여성으로 부르고 있어 주목된다. 곧 선돌은 부르는 이름과 형태에서 뚜렷하게 성별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능과 관련된 이름은 선돌의 기능이 벽사나 수구막이의 역할을 한 수호기능의 선돌임을 알려준다.

선돌은 어떤 기능을 하였을까? 묘표(墓標)기능, 풍요기능, 수호기능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무덤 옆에 있는 묘표기능의 선돌은 옥천 안터, 청주 아득이 선돌에서 엿볼 수 있다. 들판 경작지에 세워진 풍요기능의 선돌, 마을 어귀에 세워진 수호기능의 선돌은 서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충북에 남아 있는 선돌의 대부분이 마을 어귀에 위치하며 마을의 수호신, 질병퇴치, 화재방지, 액땜, 수구막이, 농사의 풍년 등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어 풍요와 수호기능의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돌이 있는 곳은 마을공동체의 제의행위가 이루어지는 종교적 성소로서 신성시한다.

선돌을 세우는 배경에는 당시 사람들이 정주공간에서 행하였던 풍요와 수호를 기원하는 문화행위가 잘 반영되어 있다. 자연적인 돌 그 자체로 선돌을 인식한 것이 아니고 정신문화적인 의미가 깃든 것으로 여기었기 때문에 신앙대상물로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선돌은 파괴, 멸실되어가고 있으며, 마을 공동체의 염원을 기원하는 신앙대상물로서의 의미가 상실되고 제의행위도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충북에는 제천 입석리 입석(충청북도 기념물 117호), 옥천 석탄리 입석(충청북도 유형문화재 156호), 단양 각기리 입석(충청북도 기념물 127호) 등 3곳 만이 도지정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서 자연의 돌에 인격을 부여하거나 의인화시켜 안녕을 기원하던 대상물로서의 선돌은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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