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저자와의 대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8.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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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엊저녁 근무하는 대학의 도서관 1층의 넓은 카페에서는 따뜻한 콘택트 자리가 마련되었다. 발열 체크, 손 소독,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적용되었고, 아주 넓은 공간에는 30여 명 남짓 참여자들이 드문드문 거리를 두고 오순도순 모였다. 저자와의 대화, 그 모임의 이름이다.

초대된 저자는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로 그는 2017년 2월 발표한 논문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 분석'을 토대로 해서 `복학왕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대구와 경북의 한 대학에서 15년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자기가 가르치는 청년들이 서울 중심의 청년들과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지방대 재학생 이야기 위주였다면 책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삶과 그 부모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서 본 지방대 재학생들은 성공이나 생존이 아닌 가족의 행복을 삶의 가치로 삼고 있었다. 이들은 평범한 가정을 꾸려 가족과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을 제일 좋은 삶이라 여긴다. 저자는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에 나오는 가사를 읊조리며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가 그들의 모토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가족 밖으로 나가면 무한 경쟁의 불공정한 사회에서 패배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족 안에 머무르려 한다. 그만큼 가부장적 핵가족 모델이 세대를 이어 잘 작동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경제력이 약한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세대 연대가 이뤄진다. 그의 책은 일반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모든 대구 경북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다만, 그가 만난 아니 그가 분석한 실재로서의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그랬다.

미리 책을 완독한 후 그 자리에 가고 싶었는데, 주문한 책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간신히 100여 페이지를 읽고 행사에 참여했다. 100여 페이지 안에서 그리고 저자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를 사로잡은 질문은 `좋은 삶은 무엇인가?'하는 것이었다.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은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때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식은 저자의 말처럼 자아실현의 방식과 관련된다.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은 혹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다른 이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와 실천적 관계를 맺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했다. 여기서 실천적 관계는 타자와 함께하는 특정 상황에 처해 있는 자아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즉 실천적 자아 이미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언제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아실현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의 상황에서 자신의 실천적 자아 이미지를 구성해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자아를 어떤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 놓아보느냐 그것이 이미지 구성의 핵심이다.

지방대생의 벽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여전히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스펙과 입시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교육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비대면으로 학교 수업이 전환된 이때 정말 학교 교육이 자기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절실히 돌아볼 때다. 삶의 성찰이 위기의 순간에 다가오듯 교육적 성찰 역시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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