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백행(百行)의 근원임을 되새기는 정자, 진천 백원정(百源亭)
효는 백행(百行)의 근원임을 되새기는 정자, 진천 백원정(百源亭)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8.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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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진천지역은 차령산맥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어 북서부와 서남부는 산지이고 북동부와 남동부는 대부분이 구릉성 지형을 이루고 있다. 지역 중심부로 미호천이 흘러가고 있어 주변으로 평야지대가 발달하였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진천은 토지가 매우 비옥하고 면화도 잘 자란다고 언급하고 있다.

진천지역은 삼국시대 이래 전략적 거점지역이었으며, 『정감록』의 「감결(鑑訣)」에서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언급될 정도로 지리가 매우 좋은데다 토지 또한 비옥함으로 생리가 좋았으며 청풍명월의 인심과 함께 산수가 잘 어우러진 경승지가 많아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진천군의 가장 큰 브랜드 자산은 `생거진천(生居鎭川)'이다. 이 말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는데, 용인으로 시집갔다가 진천으로 개가한 어머니를 양쪽 아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하자 관가에서 “살아서는 진천서, 돌아가셔서는 용인서 모시라(生居鎭川 死居龍仁)”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의 근원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모친을 모시고자 했던 효행심(孝行心)에 있다. 실제로 진천지역에는 충·효·열 관련 정문(旌門)이 13개소나 현존하고 있어 충효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백원정(百源亭)은 진천읍 장관리 원장관마을의 백곡저수지 옆, 종박물관 서편 소나무 숲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백원정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신잡(1541~1609)이 세종대의 문신이자 효자로 이름난 모암(慕庵) 김덕숭(德崇, 1373~1448)을 추모하여 백원서원(百源書院)을 세워 제향하는 한편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에 백원정을 세웠다고 한다. 백원정(百源亭)이란 이름은 `효는 모든 행동(百行)의 근원(根源)'이라는 의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후 소실되었던 것을 1958년 김덕숭의 후손 김동휘(東輝)가 김덕숭이 잉어를 잡았다는 여계소(女溪沼)의 동쪽 절벽 위에 다시 건립하였다. 현재 정자의 내부에 걸려 있는 <백원정 이전기(百源亭移轉記)>에 따르면 원래 백원정은 여계소, 즉 백곡저수지에 있었는데 장소가 협소하여 1994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김덕숭은 본관이 강릉(江陵)으로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문인이다. 고려가 망하자 송도판윤으로 있던 아버지를 따라 지금의 진천군 백곡면 석현리 추자(楸子)마을에 정착하였다. 1393년(태조 2) 아버지의 뜻에 따라 출사하여 여러 관직을 역임하다가 귀향하여 부모 봉양에 전력을 다했다. 1426년(세종 8) 한산군수(韓山郡守)에 제수되었으나, 팔십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석 달 만에 사직하고 향리로 돌아와 부모 봉양에만 힘썼다.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스스로 꿩고기와 잉어를 잡았으며, 명절이나 생일에는 반드시 이웃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어 부모를 기쁘게 하였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효행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1633년(인조 11)에는 강릉김씨 집성촌인 이월면 사곡리 사지마을에 김덕숭 효자각(金德崇 孝子閣, 충청북도 기념물 제134호)이 세워졌다.

현재의 백원정은 정면 2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외벌대의 낮은 기단 위에

사다리꼴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웠고, 사방이 트여 있는 전체가 마루인 구조이다. 정자에는 `백원정'이라고 쓰인 편액과 <백원정기>를 비롯한 몇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정자의 서쪽으로는 밭이며, 조금 떨어진 곳에 백곡저수지의 수려한 경관이 내려다보인다.

백원정(百源亭)은 인간의 최고 덕목인 효(孝)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미 있는 정자이며, 진천이 충효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정자라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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