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기자다
모든 사람은 기자다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8.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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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청주의 한 부동산 인터넷 카페는 최근 회원 수가 9만5천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청주에 대한 부동산 정책 항의성 청원을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넷 카페에는 수많은 뉴스가 올라오고 부동산을 비롯한 청주시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습니다.

저도 이 인터넷카페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을 요청하는 기삿거리를 발굴해 뉴스에 반영했고, 카페 회원들이 올린 뉴스를 보고 “편집기자가 따로 없네”라고 감탄했습니다.

청주시에서 매일 방송과 신문기사 스크랩을 하겠지만 1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인터넷카페를 주목해야 합니다.

충북에서 가장 막강한 인터넷카페라고 지목할 정도로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글과 바이오 관련 뉴스 등 어지간한 언론보다 정보가 풍부합니다.

지난 2000년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모든 사람은 기자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뒤 20년이 흐르면서 평범한 청주시민들이 거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지역여론을 결집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제가 1990년대 언론사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젊은이가 언론사별 도제식 훈련을 통해 기자로 양성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1970년대 정부는 언론 통제를 위해 기자에게 `보도'또는 `PRE SS'완장과 기자증을 주고 그 사람들에게만 기사를 쓸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요즘 제가 매일 페이스북을 검색하면서 느낀 것은 신문과 방송의 기사보다 훨씬 더 시사적이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유튜브에는 TV프로그램보다 흥미진진한 콘텐츠가 널려 있고, 기자와 PD를 뺨칠 정도로 전문성이 높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합니다.

만약 기자들이 정보에서 일반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현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이미 모든 사람들이 기자가 된 상황에서 기자들이 생산한 콘텐츠는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수해에도 카메라기자들이 찍은 영상이 뉴스에 많이 방영됐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감이 살아있는 동영상은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이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과의 식사 자리에서 제가 “80년대 교실에서 90년대 교사가 2000년대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계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계가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교육계 이상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중앙언론보다 지역언론이 더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지방일간지들이 쇠락하고, 2008년 금융위기 또는 2010년대 후반부터 지방방송도 매출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가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모든 사람은 기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뉴스에 적극 활용해야만 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정보의 공유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충북지역 언론계가 도민들에게 활짝 열린 언론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길 기대합니다.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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