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병영의 출입문, 청주 정곡루(正鵠樓)
충청도 병영의 출입문, 청주 정곡루(正鵠樓)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8.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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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고려시대 말엽에 왜구를 막기 위하여 각 도에 도순문사(都巡問使)를 파견하면서 지방에 병영이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병영의 책임자였던 병마절도사는 각 도의 군사 책임자로서 조선 태종 때 제도의 뼈대가 갖추어졌다. 연변 중심의 방위체제를 따랐던 조선시대 초기에는 여진족과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는 최전선 지역인 함경도와 경상도에는 2명씩, 평안도·충청도·전라도는 각각 1명씩의 전임 병마절도사가 임명되었다.

충청도병영은 처음에는 해미읍성에 있었는데, 조선초 군사적 관심사가 해안으로부터 침입하는 왜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역에 병영을 설치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그 후 1591년(선조 24)에 해미에 있던 충청병영을 청주로 이전하여 청주읍성 안에 자리 잡고 1594년(선조 27)에는 옥천에서 청주로 진(鎭)을 옮겨와 영장(營將)은 성 밖에, 우후(虞侯)는 상당산성에, 찰방(察訪)은 율봉역에 주재하게 하여 외적침입에 대비하였다. 그 후 다시 해미로 옮겨갔던 충청병영은 1651년(효종 2) 청주로 완전 이전하였다. 이는 국가 방어체계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내륙 및 도성 방어를 위한 체계로 바뀌면서 주요 교통로로서 한양의 길목에 위치한 청주지역으로 충청병영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충청도병영이 청주로 옮겨오면서 청주는 내륙 최고의 군사 요충지가 되었지만, 소속 병사들은 군사적 업무 외에 호랑이 잡기, 하천둑 쌓기, 임금 온천호위 등에 나서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병영 군병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청주목이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로 유명한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은 청주목사 재직 당시 “청주는 사람과 전세 수입이 많은 고을이지만 병영이 해미로부터 옮겨온 이후 재물이 고갈되었다”라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하였다.

지금은 청주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도시공원으로 변모한 중앙공원 일대는 옛 충청도병영이 있던 곳이다. 충청병마절도사의 처소인 청진당, 책방인 후당과 반시당, 병사의 집무소인 운주헌, 지휘소인 통군루 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忠淸道兵馬節度使營門)만 남아있다.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은 일제강점기부터 1988년까지 청령각(淸寧閣)으로 알려져 왔다. 병영 내의 건물들이 1908년 충주에서 옮겨온 충청북도 청사 건물로 사용되면서 동헌에 걸려 있어야 할 청령각(淸寧閣) 현판이 옮겨 걸린 것으로 사료된다.

2014년 해체 보수공사 후 `정곡루(正鵠樓)'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정곡루(正鵠樓)'라는 이름은 『청주읍지(淸州邑誌)』 「누정조(樓亭條)」를 비롯하여 『호서읍지(湖西邑誌)』, 『충청도읍지(忠淸道邑誌)』 등에 기록되어 있다. 병영 내에 누각은 통군루와 정곡루가 있을 뿐인데 `충청병영도'와 `청주읍성도'에 통군루는 문루 안쪽의 서편에 있는 2층 건물로 나타나고 있어, 정곡루가 바로 문루의 명칭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의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2층 누각의 다락집이다. 하층은 출입을 위한 통로로 개방되어 있으며, 상층은 마루를 깔아 조망이나 감시 등에 이용하게 하였다. 병영 내의 여러 시설 중에서 동향(東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읍성 내부의 남북도로인 지금의 성안길에서 병영으로 진입할 때 정면에 영문이 보이게 고려한 것으로 사료된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누하부 중간에 네모기둥을 나란히 세우고 대문을 달고, 남측 내부에 누마루로 오르는 계단을 두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곡루(正鵠樓)는 충청도 병마절도사 본영의 정문으로서 병영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조선시대 후기의 문루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영문의 상층구조는 가구의 짜임이나 부재의 치목, 세부장식 등에서 고급스런 건축기법들이 나타나고 있어 관영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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