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철 생산시설, 충주 완오리 유적
고려시대의 철 생산시설, 충주 완오리 유적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7.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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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충주지역은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지지'등 여러 문헌에서 다인철소(多仁鐵所) 및 토산물고 철이 기록돼 일찍부터 철 생산과 관련된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고려사'지리지 충주목조에는 “고종 42년(1255) 다인철소 사람들이 몽고군을 막아내는데 공고가 있어 소(所)를 익안현(翼安縣)으로 승격시켰다”라 기록되어 있다. 또 충렬왕 3년(1277)에는 “원나라에서 환도[還刀, 둥근고리칼] 1000자루를 요구하자 이를 충주(다인철소)에서 만들게 하였다”란 기록이 있다.

이러한 문헌기록과 고고학 조사로 100여개소의 제철유적이 확인됨은 충주가 우리나라 철 생산의 중심지였음을 말해준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철 및 관련 수공업품을 생산하였던 특수행정구역인 다인철소(多仁鐵所)가 충주에 설치되었다.

소(所)는 천민들이 살던 특수지역이다. 철소(鐵所)는 철을 생산하여 무기나 생활용구를 제작하여 공납하던 천민들의 집단 거주지이다. 국가 차원에서 관장하던 철 생산을 위해 설치한 특수집단인 다인철소가 충주에 설치됨은 당시 이곳에서 대규모 철 생산이 이루어졌으며, 철 가공기술과 품질면에서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철소였음을 의미한다.

현재 충주에서 확인된 제철유적의 50% 정도가 고려시대에 운영된 것이다. 이는 충주가 고려시대에 최첨단산업단지로서 제철산업이 크게 융성하였음을 말해준다. 그 중 하나가 2015년 발굴된 완오리 유적이다.

충주시 대소원면 완오리의 단독주택신축부지에서 고려시대 제련로(製鍊) 3기와 도랑 유구, 수혈유구 등이 조사되었다. 해발 100m 내외의 저구릉성산지에 형성된 작은골짜기 안에 축조하였다. 그중 거의 원형으로 잘 보존된 것이 2호이다. 로(爐)의 평면형태는 장방형이고, 크기는 길이 85cm, 너비 66cm, 깊이 93cm이다. 고의 축조는 골짜기 경사면을 40~50cm 깊이로 넓게 파서 로를 축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그 안을 앞서 운용된 다른 로(3호)에서 생성된 노내재(內滓)를 모래와 번갈아 깔고 편평하게 다졌다. 이후 커다란 깬돌과 굵은 모래 섞인 찰흙, 이전 로의 벽체 편 등을 이용해 로의 벽체를 축조했다.

이 2호 `로'는 보존상태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지름 15cm의 송풍 관이 로 바깥으로 17도 기울기로 비스듬히 이어지고, 풀무자리(길이 140cm, 너비 40cm)로 연결되는 송풍구(送風口)와 160도로 연결된 상태로 남아있다. 송풍구의 길이는 120cm이고 단면은 U자형이다. 보존상태가 좋고 풀무자리, 송풍관 삽입상태가 원상태로 남아있어 제련로 복원 및 고려시대 제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로는 해체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로 이전했다. 그동안 공백기로 존재했던 고려시대 제철유적이 이류면 본리(9기)와 대소원면 완오리(3기)에서 확인되어 철 생산기술의 발달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충주의 고려시대 대규모 제철산업은 조선시대까지 그 맥을 이어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충주의 토산품 중 첫째로 철이 기록되어 있고, 고고학 조사에서 조선시대 제철유적이 많이 확인됨은 제철산업의 전통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철불(鐵佛) 30여 개 가운데 충주에 철불좌상 3개가 있다. 대원사 철불좌상(보물 98호), 단호사 철불좌상(보물 512호), 백운암 철불좌상(보물 1527호) 등으로 고려시대에 주조된 철불좌상이며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러한 우수한 철불이 충주에 존재함은 이 지역이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철 생산지였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많은 제철유적의 존재는 충주가 고려시대에 대규모 제철지역이며 우수한 제철지였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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