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 문화는 사치가 아니라 삶의 기본 가치
팬데믹 시대 - 문화는 사치가 아니라 삶의 기본 가치
  • 이학현 청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 승인 2020.07.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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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학현 청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이학현 청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1930년대 대공황보다 인류를 더한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우리가 익숙하고 평범하게 생각했던 일상조차 모조리 그 방식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문화예술 분야도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 특성상 많은 사람이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 한정된 공간 안에 모이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현 시국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고 지칭되는 국가 대응 시스템과 높은 시민의식, 많은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주시립예술단도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의 문화 갈증 해소를 위해 코로나19 초기 기존 공연의 영상들을 온라인에 업로드하고 지난 4월부터는 `예술 배달 On Live'라는 타이틀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6월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객석을 줄이고 예매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공연을 추진하는 등 기존 공연과는 다른 방식의 기획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고 대형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높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인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속속 대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Monika Grutters)는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문화는 결코 좋은 시절에만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인류의 표현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위기의 시기일수록 예술가들이 창조적인 힘을 발휘해 왔으며, 이런 전례 없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 사회는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와 미디어의 지형을 지켜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문화예술과 창조 산업 분야가 1000억 유로(한화 약 135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500억 유로(약 67조원) 규모의 즉시 지원금을 문화예술,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부문의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팬데믹 속에서 문화예술이 가진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치유와 회복의 힘이다.

이제 우리는 성장이 아닌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기로에 서 있으며, 그 중심엔 문화예술이 있다. 이를 통해 뉴 노멀 시대에 달라질 삶의 가치와 새로운 형태의 자유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위기를 성숙의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에겐 가장 귀중한 선물인 자유가 있다. 예술과 사랑을 표현할 자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자유가 있다. 그런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자유를 빼앗아갈 수 없다.”

미국의 유명 TV 작가 겸 프로듀서 다이앤 프롤로브의 말은 현 상황에 처한 우리가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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