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텀블러를 꺼내며
서랍 속 텀블러를 꺼내며
  • 박보람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0.06.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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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보람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박보람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올해 네 살이 된 딸아이와 함께 `토끼와 거북이'동화책을 읽는 도중 딸아이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엄마, 이 거북이는 코에 빨대가 없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물어보니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플라스틱의 생태계 오염'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거북이의 코에 박혔다고 들었고 그 사진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한 사진이라 나도 그 사진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도 충격을 받아 한동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카페에 가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도 하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아니면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주말마다 아파트에서 분리배출을 할 때 보면, 플라스틱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는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약 9%로 낮다고 하는 기사 내용을 봤다. 이런 사정을 정부에서도 알고 있는지 환경부에서는 제품을 생산설계 과정부터 재활용을 고려하게끔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저조한 플라스틱 재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있긴 하지만 실천은 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그동안은 나는 편리함을 명분으로 플라스틱을 쉽게 사용해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의 편리함이 내 자식, 후손 세대에게는 불편함으로 되돌아갈 것 같아 보인다.

최근에는 딸아이와 함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의 장난감을 가게에서 구매하기만 하던 것에서 이제는 만들어 보기도 한다. 어린이집 준비물인 마라카스·저금통 등을 생수병으로 만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 딸아이는 생수병으로 만든 장난감을 어색하게 느끼고 있다. 아이는 새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나 역시 새것을 좋아했고 재활용품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꼈다. 새것의 포장을 뜯는 희열이 그만큼 크고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희열과 만족감은 곧 플라스틱 폐기물로 변한다. 아직 어린 딸아이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마다 코가 아픈 거북이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재활용의 의미를 가르쳐주곤 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리배출 단계에서부터 관리가 돼야 할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활용품 배출 시 폐비닐과 음료·생수용 투명 폐 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별도 분리해서 버리는 `분리배출 요일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출단계에서 플라스틱을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배출하면 재활용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나부터 실천하겠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대신 서랍에 넣어둔 잊고 있던 텀블러를 다시 꺼내어 사용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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