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이룬 꿈이 스며있는 곳 옥천 청풍정(沃川 淸風亭)
못이룬 꿈이 스며있는 곳 옥천 청풍정(沃川 淸風亭)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6.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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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옥천 청풍정 전경.
옥천 청풍정 전경.

 

`비단 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는 금강(錦江)은 전북 장수에서 발원하여 전북지역과 충청도 지역을 거치면서 1000여리를 유장하게 흘러 서해로 들어간다. 강 상류는 험준한 산지 사이로 하천들이 감입곡류를 형성하고, 중·하류에는 내륙분지와 충적평야가 발달해 있다. 특히 금강이 충북 영동을 거쳐 옥천땅을 지날 때는 아름다운 강변의 정취를 펼쳐 보이는 마을이 많았다.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石湖里)도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는 40여호가 강가에 내려앉아 옹기종기 모여 살던 강변마을이었다. 마을 앞으로는 강줄기를 따라 상?하류지역 몇 십리가 백사장으로 이어졌고 강변으로는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졌던 풍광이 빼어난 곳이었다. 석호리는 원래 군북면 증걸리(增傑里)에 속해 있던 마을이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석결(石結)마을과 도호(陶湖)마을에서 한자씩 취하여 석호리라 하였다.

조선후기 성리학자이자 문신으로 이름을 날렸던 송명흠(宋明欽, 1705~1768)선생은 젊은시절 사화를 피하여 낙향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이곳 진걸마을에 와서 살았는데, `용호산수기(龍湖山水記)'를 지어서 이곳의 뛰어난 산수풍광과 명승을 찬양하였다.

또한 1934년경 군북면을 흘러가는 금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군북8경(郡北八景)에도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 세 곳이나 포함되어 있다. 수양버들 늘어진 용호리 마을 앞 늪 풍경(龍湖潭)이 3경, 막지리 장고개 대청호변 금강에 비친 오봉산 물그림자(五峰山)가 4경, 석호리 옛 군북초등학교 서북편 백토산의 일출(白土山)을 7경으로 꼽았다.

옥천 청풍정(淸風亭)은 군북면 석호리 백토산(白土山, 171m) 아래의 대청호 변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금강의 맑은 물이 흐르고 `명월암(明月岩)'이라는 기암괴석과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현재의 청풍정(淸風亭)은 정면 3칸, 측면 1칸,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평면은 한 칸의 온돌방과 두 칸의 우물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방 부분은 자연석 기단 위에 덤벙주초를 놓고 그 위에 방형기둥을 세웠으며, 마루부분은 대청호 만수위(滿水位)를 고려하여 방형의 화강석 고주초석을 놓고 그 위에 방형기둥을 세웠다. 가구형식은 3량가의 민도리집이다.

원래의 정자는 조선후기에 참봉 김종경이 세웠으나 1900년경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정자는 1996년 옥천군에서 복원하였다. 수몰 이전 청풍정은 금강물이 굽이쳐 흐르다 절벽에 부딪쳐 소를 이루고, 휘드러진 버들나무가 10여리를 곧게 뻗어 가슴과 마음을 훤하게 뚫어주는 천하절경이었다고 한다.

이 정자는 뒤에 있는 명월암과 함께 근대화시기의 개화 사상가였던 김옥균(玉鈞, 1851~1894)과 명월이의 애틋한 사랑얘기가 전해온다. 갑신정변(1884년)이 3일 천하로 끝을 맺고 쫓기는 몸이 된 김옥균이 청풍정이란 정자에 내려와 세월을 보내자 함께 있던 기생 명월은 김옥균이 자신의 야망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 여겨 장부의 큰 뜻을 펴길 바라며 강물에 투신 김옥균의 재기를 바랐다고 한다. 김옥균은 명월의 자신을 생각하는 이런 애정을 잊지 못하고, 바위에 명월암(明月岩)이란 이름을 새겨 명월이를 기렸다고 한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지금도 정자에 올라보면 대청호와 그 주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원경은 그런대로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있으나 아름다운 강변마을은 수몰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맑은 바람(淸風)”의 정자와 “밝은 달(明月)” 이라는 바위가 조화를 이루는 이곳 청풍정 주변은 아름다운 자연과 온화한 성품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충청인의 자연관이 반영된 장소성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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