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호랑이
작은 호랑이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6.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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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어렵사리 구해다 놓은 자보닭이 없어졌다. 남들이 잘 키우지 않는 칠면조나 기러기가 없어졌을 때도 마음이 아팠지만 기석종 자보닭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 종이기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잃은 자보는 삼색기석종(Sansyokugoishi) - 삼색바둑종인데 독일서 개량한 것으로 아직도 개량 중인 미완성종이다. 진한 갈색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얼룩얼룩한 바둑모양이 아름답고 작지만 위풍당당한 수컷의 기상은 하늘을 찌른다.

누구 짓일까? 이틀 간격으로 없어지는 동물들. 물론 산속에 우리가 있으니 날짐승일게 당연하지만 도시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진한 노린내가 나는 놈. 나무나 바위를 잘 타는 놈일진대 그런 짐승은 많다. 산에는 별별 날짐승이 다 산다.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살쾡이, 고양이, 뱀, 매 등등. 그리고 유해동물이긴 하지만 꿩, 산비둘기, 고라니, 다람쥐, 청설모, 들쥐 등은 농작물을 해치기는 하나 닭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올가미를 놓을까? 덫을 놓을까. 약을 뿌릴까?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날짐승이 침입할 수 없도록 닭장을 먼저 완벽하게 손을 봐야 한다. 그런 후에 올가미를 놓든 덫을 놓든 약을 뿌리든 그 훗일이다. 헤진 망을 집고 나무를 베다 덧대기를 한나절. 그리고 올가미나 농약보다는 덫을 놓는 게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읍내에 나가 철망으로 된 덫을 사왔다.

분명 날고기를 좋아하는 놈이거니? 미끼로 돼지비계 살을 꼬여놓고 잘 다닐만한 길목에다 설치했다. 이놈 잡히기만 해 봐라. 앙갚음으로 칠면조와 기러기 세 마리, 애완 닭의 죽음을 `화형식으로 단단히 본대를 보여 주겠다'고 마음먹고 또 먹었다.

간밤에 그 수난을 겪었음에도 언제 그랬냐 싶게 잘도 노니는 동물들이다. 기러기와 오리는 연못에서 한가로이 유영하며 자맥질을 하고, 닭들은 산을 누비며 나뭇잎을 헤집어 먹이를 찾기도 하고 모래찜질도 즐기며 여유롭게 한낮을 보내고 있다.

날짐승을 퇴치하려면 누렁이를 풀어놓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개는 어느 동물보다도 사람에게 가장 잘 길들여진 친숙한 동물이지만 야생기가 있어 멧돼지, 너구리, 오소리, 살쾡이, 고양이와도 당당하게 맞서 이기는 대단한 동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닭과 오리, 기러기를 해칠 우려가 크다. 아무리 훈련이 잘된 개라 할지라도 야생의 본능은 막기 어렸다. 괜히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드디어 흉악무도한 약탈자를 잡았다. 고양이였다. 호랑이 무늬를 한 고양이다. 호랑이 고양이는 모두 “이”로 끝나는 공통점 있다. `호랑'과 `고양'은 자음+모음, 자음+모음+자음으로 비슷한 음이고 모두 끝말이 `이'로 끝난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과거 거인족이 살았다는 증거가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 유명한 이집트의 건축물 피라미드는 인간의 힘과 지혜로는 도저히 건축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이집트 고분 안에서는 거인족의 손가락이 발견됐다. 거인족은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키웠고 인간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고양이과 동물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거인족은 사라졌는지 멸종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호랑이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고양이는 호랑이의 작은 미니이다. 비록 호랑이는 키울 수 없지만, 호랑이와 똑같은 생김새와 단지 사이즈만 작아진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다.

닭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고양이. 호랑이의 사촌 고양이를 잡았다. 이 악랄한 무법자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는 이 글을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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