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시 하 다
도 시 하 다
  •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6.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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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오은주 作.
오은주 作.

 

`도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을 뜻하기도 하고, 한자`圖示'는 `그림으로 그려 보인다.'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도시하다'…참 아리송하고 재밌기도 하고 뭔가 세련된 개념이 있어 보이는 문장 같기도 합니다.

우리 지역 중견작가이자 교육자인 오은주 선생님의 개인전 작품 타이틀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오은주 작가의 작품을 짝사랑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우직함과 세련된 고집스러움은 내게 항상 흥미로운 대상이었습니다.

작가는 팜플릿 속에서 이렇게 소곤거립니다. “자연을 본다, 도시를 본다, 작품을 본다…나를 본다…자연이 이야기한다, 도시가 이야기한다, 작품이 이야기한다…나를 이야기한다”

청주 숲속 갤러리에서 펼쳐진 세 번째 작품전(2020.6.2~7)에서 오 작가는 자신의 소곤거림처럼 자연과 도시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평화롭고 완전하게 녹여냅니다.

첫째, `도시(圖示)한다'라는 한자어 뜻처럼 멋진 작품 마당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풍경들로 화면을 가득 담았습니다. 또 도시의 차가운 빌딩 숲을 예쁘고 정겨운 가족 이야기들로 꼭꼭 채웠습니다. 가족 파티를 열고 있는 집도 보이고, 온 가족이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마도 엄청 피곤한 하루였나 보죠? 벌써 소등 후 잠이든 집도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재밌게 놀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도 살짝 보입니다. 정말이지 우리네 모습이 화면 안에 가득 보이네요.

둘째, 키 큰 나무들이 보입니다. 와~우 그림 안에서 나무의 키가 아파트보다 더 큰데요? 고층 아파트보다 더 큰 나무가 있을 수 있을까요? 하하하 오 작가 마음속에 있는 자연, 그리고 나무인 게지요~ 그림 속 나무들은 아파트단지에 멋들어지게 들어선 조경 숲 같기도 하고, 반대로 커다란 숲속에 예쁘게 지어진 우리의 도시 모습 같기도 합니다.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오 작가는 실제 시골 면 단위 소재의 나지막한 터에 자연을 쏙 빼닮은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그가 `자연을 본다'라는 속삭임은 어쩌면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자신의 집`지베르니'에서 강물과 연꽃 그리고 온종일 눈부신 태양과 소곤댔던 모습과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 작가도 아침저녁으로 집 앞의 커다란 나무들과 돌, 마당의 향긋한 풀 냄새 꽃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물론 그의 일터는 도시입니다. 대도시 빌딩 숲은 아니지만, 자연과 조금은 동떨어진 도시의 일상을 그는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또 그 속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통이며 포용입니다. 자연과 도시 둘 다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는 오은주 작가입니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한없이 솔직하게 속삭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작품으로 들려줍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또한 도시의 아름다운 일상들을.

멋진 페도라를 눌러쓰고 보이시한 모습으로 숲속 돌계단을`도 시 하 다'처럼 내려오는 오은주 작가가 갤러리 앞 배너속에서 관객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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